30여년 만의 사사 발간…창업·도전·회복의 역사 정리
미래 콘셉트카 '비전 메타투리스모' 첫 공개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기아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브랜드의 출발과 주요 전환점을 정리한 공식 사사를 공개하고, 미래 이동성 전략을 담은 콘셉트카를 함께 선보였다. 기아는 이번 행사를 통해 과거의 도전과 향후 전략을 함께 제시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다시 확인했다.

기아는 5일 경기 용인시 비전스퀘어에서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를 열고, 80년 사사(社史)와 미래 콘셉트카 '비전 메타투리스모'를 공개했다. 행사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 주요 인사와 전·현직 임직원 약 400명이 참석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5일 경기 용인시 비전스퀘어에서 진행된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 창업부터 위기·재도약까지…기아 80년 역사 정리

기아가 이날 공개한 사사는 약 30년 만에 다시 편찬된 공식 기록물로 브랜드의 기원을 비롯해 산업적 전환과 위기 극복, 글로벌 확장까지 전 과정을 담고 있다. 자전거 제조로 출발한 기업이 삼륜차·승용차·전기차·PBV로 이어지는 제품 체계를 구축하기까지의 변화가 연대기 흐름에 따라 구성됐다. 특히 김철호 창업자가 자동차 산업 인프라가 미비하던 시절에도 오토바이와 삼륜차 개발, 종합 자동차 공장 설립, 엔진 국산화 등을 추진하며 한국 모빌리티 산업의 기반을 다진 내용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기아의 재건과 회생을 이끈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글로벌 경영 철학, 그리고 이후 조직 문화를 혁신적으로 전환한 정의선 회장의 디자인 중심 경영 등 그룹 합류 이후의 변화와 최근 '기아 대변혁'까지 주요 흐름도 함께 정리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기념사에서 "기아의 80년은 한 편의 서사처럼 위대한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겪으며 미래를 꿈꿨고, 기아와 현대는 하나가 됨으로써 더 큰 미래를 함께 꿈꿨다"며 두 기업이 함께 걸어온 과정을 회고했다.

   
▲ (왼쪽부터) 홍철민 기아 매니저, 김가민 기아 엔지니어, 이학영 국회부의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송호성 기아 사장,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 디자인 담당 부사장, 기아 카타르 대리점 회장이 5일 경기 용인시 비전스퀘어에서 진행된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정 회장은 이어 "제가 존경하는 김철호 창업자님은 자전거를 만들 때부터 비행기를 꿈꾸셨고, 남다른 비전을 갖고 계셨다"고 강조하며 창업정신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또 "정몽구 명예회장님은 기아의 정체성과 고유한 문화를 존중해야 시너지가 난다고 강조했고, 품질과 글로벌 현장을 항상 강조했다"며 검수 전 차량을 직접 운전하며 현장을 확인하던 경험도 전했다.

그는 "기아의 80년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아 특유의 저력으로 모든 역경을 이겨냈다"며 "정주영 창업회장께서 화성공장 새천년 기념비에 '기아 혼 만만세'라고 적을 만큼 기아의 독창적인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회장은 "80년의 의미를 가슴에 품고 100년을 향한 또 하나의 여정을 함께 만들자"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송호성 기아 사장은 브랜드 역사를 정리한 역사서 '기아 80년'을 직접 공개했다. 송 사장은 "아의 성장과정은 유독 역동적이고 파란만장했다. 역경에 직면하며 도전과 실패, 극복이 반복된 분발의 역사였다"며 "회사가 부도에 이르는 위기의 순간에도 기아는 꺾이지 않는 꿈과 열정을 신차를 개발하며 새 활로를 찾아냈다"고 언급했다.

송 사장은 "현대차 그룹의 일원이 된 이후 정몽구 명예회장님의 품질 경영과 글로벌 경영에 힘입어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기아는 성과를 자축하기보다 역사를 되돌아보며 과거 위기를 초래했던 사업 운영과 경영 방식 및 섣부른 성공에서 오는 자만을 80년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 경계하고 창업 이래 이어온 분말의 정신을 되새길 것"이라고 전했다.

◆ '비전 메타투리스모' 첫 공개…미래 이동성 구상 담아

기아가 80주년 행사에서 처음 공개한 '비전 메타투리스모'는 장거리 이동의 감성과 미래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이동 경험을 제시하는 콘셉트카다. 차량 외관은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기반으로 곡선과 기하학적 조형을 조화시켜 향후 전동화 라인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형태로 완성됐다. 단순히 빠르게 이동하는 도구를 넘어, 이동 과정 자체의 가치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실내 공간은 디지털 인터랙션을 중심에 두고 설계됐다. 탑승자는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 구현되는 AR 기반 정보를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시스템은 주변 환경과 가상 그래픽을 입체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방식의 주행 체감을 제공한다. '스피드스터·드리머·게이머' 세 가지 모드에 따라 조명·사운드·그래픽의 조합이 달라지며, 상황별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 디자인 담당 부사장이 5일 경기 용인시 비전스퀘어에서 진행된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비전 메타투리스모를 소개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또한 차량은 장거리 이동에서도 피로감을 줄이고 탑승자의 여유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실내 확장성을 강조했다. 좌석 배치와 내부 동선은 여유 있는 공간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구성됐으며, 이동 중에도 휴식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활용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기아는 이 콘셉트카에 1960년대 장거리 여행 문화에서 착안한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당시 여행객들이 경험하던 '여행의 즐거움'을 기술 중심의 이동 환경 속에서 다시 구현하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디지털 환경이 주는 풍부한 정보와 감각적 요소를 더해 이동 자체가 하나의 체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았다.

외장과 내장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외관의 부드러운 표면과 실내 인터페이스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해, 기술적 요소가 차분하게 녹아든 미래형 조형미를 구현했다. 이는 기아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브랜드 디자인 일관성과도 맞닿아 있다.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 디자인 담당 부사장은 "비전 메타투리스모는 역동적인 모빌리티와 사람 중심의 공간을 반영해 기아의 비전을 보여주는 모빌리티"라며 "앞으로도 기아는 기술적으로 앞선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감각을 자극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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