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시범 운용…B-1 비자에 체류자격 등 주석 달아 명시
삼성·현대차·SK·LG·한화 등 대미 투자기업과 개별 면담 방식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국의 대미 투자기업 전용 비자 창구가 5일 주한미국대사관에 공식 개설됐다. 대기업이 협력사 인력까지 일괄해 비자를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 골자다.

외교부는 이날 김진아 2차관이 주한미국대사관에 설치된 한국 투자기업 전담창구(KIT 데스크·Korean Investment and Travel Desk)를 방문해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와 비자 워킹그룹의 논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 엘라벨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17명이 체포·구금된 사태를 이후 진행된 한미 비자 워킹그룹의 성과다.

KIT 데스크를 통해 대기업이 협력사 인력까지 일괄해 비자를 신청할 수 있게  됐으며, 단기 상용(B-1) 비자를 발급받을 때 한국인 근로자의 체류 자격과 수행 프로젝트 정보가 명시된다.

이로써 한국기업인의 입국심사에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줄어들고, 혹시 모를 이민 단속에서도 체류자격 증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만 적용하는 특별조치로 알려졌다.

KIT 데스크는 주한미대사관에 별도 회의 공간을 마련하고 전담 인력을 배정해 삼성, 현대차, SK, LG, 한화 등 대미 투자기업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들 기업의 협력업체도 데스크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KIT 데스크에선 대기업이 협력사를 포함한 전체 출장 인원에 대해 일괄적으로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기존에는 회사마다 따로 비자를 신청해야 했는데, 대기업은 주로 E-2, L 비자 등 안전한 비자를 받아 큰 문제가 없었다. 따라서 협력사 근로자의 체류 안정성이 높아지게 됐다.

KIT 데스크는 대미 투자기업 전담 비자 창구로, 지난 10월부터 시범 운영되다가 이날 정식 출범했다. 

   
▲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2025.9.12./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

미국 국무부, 상무부, 국토안보부, 세관국경보호국(CBP)이 협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방식으로 전해졌다.

주한미대사관은 "KIT 데스크의 출범은 미국의 재산업화를 지원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며, 공동 번영을 증진하는 한국의 대미 투자를 적극 환영하고 장려하겠다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책무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측은 조지아주에서 구금됐던 직원들이 다시 미국에 입국할 때 불이익이 없도록 보장했다. 기존에 B-1 비자를 받은 경우 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로 입국하던 근로자는 즉시 B-1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

미측은 또 B-1 비자와 ESTA의 미국 내 활동 범위를 정리한 설명자료를 국·영문으로 발간하고, 주한미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앞서 미국은 한국과의 비자 워킹그룹 회의에서 우리기업들이 대미투자 과정에서 수반되는 해외 구매 장비의 설치(install), 점검(service), 보수(repair) 활동을 위해 B-1 비자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ESTA로도 B-1 비자 소지자와 동일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활동 범위에 대해선 추가 협의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정부는 한국기업 근로자가 많이 입국하는 LA, 시카고, 애틀랜타 등에서 현지 세관과 협력 채널도 구축하기로 했다.

우리정부는 미국이 한국인 전용 비자를 신설하는 방안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다만, 이는 입법 사안이라 미 행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되기 힘들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내 법 개정 문제는 행정부 관할을 넘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정치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워킹그룹을 지속 개최하기로 했고,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도 외교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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