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의 가계부채가 지난 10년간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민간소비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확대가 소비를 자극하는 일반적인 패턴과 정반대 패턴이 확인되면서 과도한 부채가 소비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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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가계부채가 지난 10년간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민간소비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김상문 기자 |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발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부동산 대출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르게 증가(+13.8%p)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가계부채가 급증한 기간 동안 GDP대비 민간소비 비중이 오히려 하락(-1.3%p)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다른 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는 특징"이라며 "가계부채 규모가 지나쳐서 가계의 차입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관련 부채가 아닌 신용카드 부채가 급증하면서 GDP대비 민간소비 비중이 상승한 경험과도 상이하다"고 덧붙였다.
분석 결과 과도하게 누적된 가계신용은 민간소비를 2013년부터 매년 0.40~0.44% 둔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만약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 수준으로 관리됐다면 2024년 현재 민간소비 수준이 실제보다 4.9~5.4%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구구조 변화(0.8%p)와 가계부채 누증(0.4%p)이 민간소비 성장률의 구조적 둔화폭(1.6%포인트) 대부분을 설명했다.
가계부채가 소비를 구조적으로 둔화시킨 배경으로 가계부채 누증으로 원리금 부담이 급증한 점과 자산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낮은 부의 효과에 따라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점, 대출로 풀린 유동성이 소비보다는 비실물 거래에 편중된 점 등이 꼽힌다.
실제 한국의 원리금부담(DSR)은 최근 10년간 세계에서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르게 상승(1.6%p)해다. 이는 금리보다는 가계부채 규모 증가에 의해 주도됐고,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장기인 점을 고려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또 우리나라는 집값이 올라도 소비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는 주택가격이 소비에 미치는 부의 효과는 주요국(0.03%~0.23%)에 비해 0.02%에 불과했다. 주택 자산을 유동화할 금융상품이 부족한 구조적 한계와 집값이 올라도 더 큰 주택 구매나 자녀의 미래 주거비 마련을 우선하는 소비 성향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가계부채 문제는 심근경색처럼 갑작스러운 위기를 유발하기보다 동맥경화처럼 소비를 서서히 위축시키고 있다"며 "향후에도 장기시계에서 일관된 대응을 지속한다면 가계부채 누증이 완화되면서 소비에 대한 구조적 제약도 점차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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