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공백·제품 편중 등 구조적 약점 고착…점유율 5년 새 반토막
내년 전동화·신차 투입 총력전 예고…실효성 여부에 업계 관심 집중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완성차 중견 3사(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가 내수와 수출 양 축에서 동반 부진을 겪으며 존재감이 급속도로 희미해지고 있다. 3사의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며 체급 유지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신차 투입과 전동화 전환 가속을 통한 반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글로벌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업계 집계에 따르면, 완성차 5사의 11월 국내외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9% 감소한 66만8991대로 나타났다. 5개 사 실적은 지난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중견 3사 역시 모두 부진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주행 모습./사진=르노코리아 제공


◆ 테슬라보다 못한 판매량…10만대 턱걸이 전망

3사의 연간 판매량은 10만 대를 겨우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실적인 10만9101대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역대 최저 판매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국내 시장 진입 10년도 안 된 테슬라보다도 판매량이 적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중견 3사의 내수 성적은 모두 부진했다. 한국GM 내수는 973대로 전년 동월 대비 46.6% 감소했고, 르노코리아는 3575대로 51.0% 급감했다. KG모빌리티도 3121대로 5.7% 줄며 세 기업 모두 내수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수출 역시 KG모빌리티를 제외하면 역성장이 뚜렷했다. 한국GM 해외 판매는 4만2826대로 10.4% 감소했고 르노코리아는 1074대로 86.4% 급락했다.

총판매 기준으로는 한국GM이 4만3799대로 11.7% 줄었고, 르노코리아는 4649대로 69.4% 떨어지며 5개사 중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KG모빌리티는 8971대로 1.4% 증가했으나, 해외 판매 증가(5.6%)가 국내 감소를 상쇄한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3사 모두 '내수 기반 취약'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재확인한 셈이다.

중견 3사의 연간 판매량 추이는 감소세가 뚜렷하다. 2020년 25만8359대를 기록한 뒤 2021년 16만7967대, 2022년 15만6187대, 2023년 12만4591대, 2024년 10만9101대로 5년 연속 줄었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중견 3사는 2020년 15.6%였던 점유율이 2021년 11.2%, 2022년 10.8%로 떨어졌고 2023년 8.3%, 지난해 7.6%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은 67.7%에서 74.2%로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수입 브랜드 역시 16.7%에서 18.2%로 상승했다. 

◆ 신차·전동화로 반등 노리지만 전망 엇갈려…내년 시험대

중견 3사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신차 부재다. 한국GM은 2023년 트랙스 크로스오버 출시 이후 내수용 신차가 나오지 않았다. 11월 한국GM 내수 973대 가운데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819대를 차지할 정도로 특정 모델 의존도가 높아졌고, 단일 차종 중심의 구조적 한계가 판매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르노코리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11월 내수 판매 3575대 가운데 그랑 콜레오스가 2403대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랑 콜레오스 판매는 9월 3019대에서 10월 2934대, 11월 2403대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KG모빌리티는 무쏘 EV, 토레스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형·준중형 SUV 중심의 제품 편중이 이어지면서 시장 확장 속도에는 제약이 있다는 분석이다.

3사는 2026년을 반전의 해로 만들기 위해 신차 투입과 전동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GM은 미국에서 출시된 수출 전용 모델의 국내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전기차 라인업을 포함한 SUV 중심 강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르노코리아는 내년 1분기 '오로라 프로젝트'의 두 번째 모델인 '오로라 2'를 선보인다. 오로라 2는 그랑 콜레오스 후속 전동화 모델로 초반 흥행을 기록한 그랑 콜레오스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오로라 2의 성공 여부가 르노코리아의 경영 정상화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본다. KG모빌리티도 1분기 렉스턴 스포츠 후속 모델 'Q300', 4분기 렉스턴 후속 'SE10'을 투입하는 등 연내 다층적 라인업 개편을 예고했다.

그러나 업계 전망은 엇갈린다. 전기차 시장이 테슬라·BYD의 저가 전략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소비 심리까지 위축돼 신차 효과가 과거만큼 강하게 나타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내수 실적이 끝내 개선 흐름을 만들지 못한 점도 내년 반전 시나리오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견 3사의 신차 공백이 겹치면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다양한 브랜드의 균형적인 경쟁 구도가 국내 산업 전체의 건강성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만큼, 중견 3사가 기존 체급 한계를 뛰어넘는 전략적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2026년이 중견 3사에게 전략 전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