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농어촌 학교 전교생 중 1등급 한명도 없어…최저 등급 '탈락'
지역 영어 학원가 수강 문의 이어져…"영어도 투자해야 하나" 학부모들 '한숨'
교육계 "조기 사교육 영향 영어 난도 올라가면 절대평가 취지 살릴 수 없어"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절대평가가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이 올해 역대급 난이도로 출제되면서 지역간 성취도 격차와 등급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부 농어촌 학교에서는 1등급 학생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등 최저 등급 기준 충족이 어려워졌고 일부에서는 사교육 열풍 조짐도 불고 있다.

   
▲ 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7일 연합뉴스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광주시교육청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실시된 2026년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에서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3.11%(1만5154명)로, 절대평가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절대평가 취지였던 '사교육 완화'와 '학습 부담 경감'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영어 성적 하락은 특히 농어촌 학교에서 두드러졌다. 전남 곡성의 한 고교는 수험생 74명 중 1등급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상당수 학생이 대학별 최저기준 충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올해 영어 영역의 경우 평가원이 난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절대평가 취지를 흐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절대평가의 골자는 일정 수준의 학습으로도 예측할 수 있는 성취가 동반돼야 하는데, 난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이 원칙이 무너지면서 학부모·학생들에게 불신이 생기고 있다.

정훈탁 광주시교육청 장학관은 "모의고사에서 1등급이던 학생들조차 실제 수능에서 2~3등급으로 내려가며 입시 전략 혼란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조정아 장학사는 "절대평가 취지는 공교육만으로 대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난도가 높아지면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지역 학생에게 불리한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수험생·학부모 불안도 커지고 있다. 경신여고 3학년 학부모 정모 씨는 "영어는 절대평가라 비교적 안심했는데 최저를 맞추지 못해 대학 지원을 다시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역 학원가에서는 해당 여파로 학원 상담 문의는 성적 발표 직후부터 늘고 있으며 상위권 학생들도 등급 하락으로 재수강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광주 지역 영어 강사 김장효씨는 “절대평가 시행 후 영어 학습 집중도가 떨어졌던 것이 이번 난이도 상승으로 되돌아온 것 같다”며 “지문 분석력과 선지 판별 능력을 강화하는 방식의 학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이번 결과와 관련해 “절대평가 취지를 유지하되 난이도 조절 목표를 다시 설정하겠다”며 “영어 1등급 비율을 6∼10% 수준으로 회복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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