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냉각·HVAC 등 장기 수익 구조 구축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가전 제품 구독 서비스를 캐시카우로 키워낸 LG전자가 ‘가전은 LG’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업간거래(B2B)와 서비스 중심 사업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 침체와 경쟁 심화로 기존 하드웨어 중심 사업만으로 장기적 성장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반복 수익 기반의 구독형 모델과 장기 수주가 가능한 기업 설루션 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 고객이 일상 언어로 대화하면 맥락과 공간을 이해해 연동된 가전과 IoT 기기를 제어하고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LG 씽큐 온'을 체험하는 모습./사진=LG전자 제공


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소비자 가전에서 구축한 구독·케어 비즈니스 모델을 B2B 설루션으로 확장하는 사업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기존까지 냉난방기·세탁기·건조기 등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정기 관리로 업그레이드 되는 가전(UP가전)으로 진화했다면 전장(자동차 전자·전기장비), 냉난방공조(HVAC), 데이터센터 냉각, 대형 빌딩 설루션, 웹OS 기반 광고·콘텐츠 플랫폼, 로봇 등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이들 사업은 공통적으로 장기 계약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특히 HS사업본부에서 입증된 구독·관리 기반 수익 모델을 얼마나 빠르게 B2B 시장으로 확장 하느냐가 향후 실적을 가르는 주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 냉각 설루션부터 칠러 기반 HVAC 시스템, 대형 빌딩 공조 설루션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생성형 AI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냉각 설비를 통한 전력 효율을 높이는 역량은 업체 간 필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약 5000억 원 규모였던 액침 냉각 시장은 연평균 18.5% 성장해 2040년 4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LG전자는 액체냉각·공기냉각 기반의 고효율 HVAC 설루션과 유지보수·운영관리 서비스까지 포함한 토털 패키지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 제품 판매보다 고부가 가치·장기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B2B 사업의 성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으로 꼽힌다.

새로운 수장에 류재철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면서 이러한 사업 전략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류 CEO는 업가전과 구독·케어 서비스를 동시에 키워 사업 체질을 전환한 장본인이다. 그는 2021년부터 가전·공조(H&A) 사업본부장, 2024년부터 HS사업본부장을 맡으며 프리미엄 가전 비중 확대와 렌털·구독, 부품·설루션 기반 B2B 사업 저변을 넓혀왔다.

실적도 류 CEO의 성과를 증명한다. 가전 시장 침체로 LG전자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때에도 HS사업본부는 역대 최대 분기 매출(6조5944억 원)과 영업이익(4399억 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방어했다.

글로벌 전략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동남아·중동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과 북미·유럽 선진시장에 대한 투 트랙 전략을 정립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최근 인도 법인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현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또한 인도 스리시티에 세 번째 가전 공장을 건설 중이며, 이를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의 생산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반면 북미·유럽에서는 프리미엄 가전과 HVAC·데이터센터 설루션, B2B 서비스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해나갈 전망이다. 

내년 1월 개최되는 CES 2026은 류 CEO의 첫 공식 석상이자 LG전자 사업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단순 가전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에서 설루션과 서비스, 콘텐츠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며 ”과정이 향후 실적과 기업 정체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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