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부문 투자 줄어드는 반면 신사업 투자 확대
석유화학업황 장기 불황에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특명
당분간 석유화학 부문 투자는 설비 효율화 수준 등 보완에 그칠 듯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보다는 배터리·에너지 등 신사업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한화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장기 불황인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보다는 배터리·에너지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여수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첨단소재 부문에서 올해 3분기 누적 설비투자 1조54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7.5% 증가한 수치다. 반면 석유화학 부문의 올해 3분기 누적 설비투자는 55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 감소했다. 

특히 첨단소재 부문의 설비 투자가 석유화학 부문의 설비투자를 앞질렀다. 지난해에는 석유화학 부문의 설비투자가 1조70억 원에 달해 첨단소재 부문 9600억 원보다 많았는데, 올해는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롯데케미칼도 배터리 소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통해 말레이시아 동박공장 설비투자를 진행 중이다. 중대형 이차전지용 배터리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2028년까지 6000억 원을 투입, 연간 5만 톤 규모의 동박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반대로 석유화학 사업을 담당하는 기초화학 사업에서는 폐PET를 활용한 화학적 재활용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 770억 원을 투입하는 데 그친다. 회사는 이 투자를 통해 연간 11만 톤의 화학적 재활용 PET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설비를 보완하는 정도의 투자는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의 무게추는 신사업으로 기운 상황”이라며 “롯데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생산설비 투자도 친환경과 관련된 투자로 기존의 석유화학 부문 투자와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도 케미칼(석유화학) 부문보다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대형 웨이퍼 생산, 셀 신기술 적용을 위한 생산라인 등에 약 6700억 원을 투입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대로 케미칼 부문에서는 지난해 마무리한 가성소다 생산능력 확장 투자 이후로 별도의 설비투자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 LG화학 연구원이 차세대 배터리 양극재를 살펴보고 있다./사진=LG화학 제공


◆석화 불황 장기화에 포트폴리오 다변화 집중

이처럼 석유화학업체들이 본업보다는 배터리·에너지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더 이상 큰 수익이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 2022년부터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인데 현재까지도 뚜렷한 개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1170억 원을 기록했으며, 롯데케미칼도 2022년부터 4년 연속 적자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역시 올해 3분기까지 1470억 원의 적자를 보였다. 

게다가 글로벌 수요 침체 속에서 중국의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앞으로도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석유화학업체들은 기존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어지며 석유화학업체들의 투자 지형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앞으로도 석유화학업체들은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반면 본업에 대한 투자는 신중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3대 신사업인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신약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며,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기초화학 부문의 비중을 30% 밑으로 낮춘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설비 효율성을 높이는 투자 정도는 이어지겠지만 대규모 증설 투자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만큼 신사업 중심의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