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쿠팡’ 해도 갈 곳 없는 소비자…“쿠팡 대항마 역할 필요”
대형마트, 오프라인 점포 물류망 갖췄지만 유통법에 발 묶여
규제 사각지대서 이커머스만 급성장…“장보기 문화 되살려야”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쿠팡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후폭풍이 유통산업 규제 당위성으로 번지고 있다. 대체 플랫폼을 찾기 어려운 쿠팡의 독점적 지위로 ‘탈쿠팡’ 선택지가 제한되면서, 쿠팡 독점을 부채질한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 대형마트 3사./사진=각 사 제공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벌어진 쿠팡 개인정보 유출을 계기로 ‘쿠팡 대체재’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쿠팡의 대규모 물류망을 단기간에 따라잡긴 어려운 만큼, 전국에 오프라인 점포를 갖춘 대형마트가 쿠팡의 대항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라 ▲전통시장 반경 1㎞ 내 출점 금지 ▲월 2회 의무 휴업 ▲자정~오전 10시 영업 금지 등 각종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영업 금지 시간에는 포장·배송 등 업무도 불가능해 지면서, 전국에 구축된 오프라인 매장 물류망을 온라인에서 활용할 수 없게 됐다. 대형마트가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는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별도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막대한 중복투자가 필요했다. 

유통법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였지만, 실효성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규제 사각지대에서 급성장한 것은 이커머스였다. 특히 쿠팡은 막대한 해외 투자를 바탕으로 대규모 물류망을 구축하면서 심야 및 새벽 배송 시장을 개척하고 이를 장악했다. 사실상 대형마트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길만 막는 역할을 하게 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로선 규제로 인해 365일 새벽배송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대형마트는 관련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었다”면서 “시계추를 10년 전으로 돌려서 이런 규제가 없었고 대형마트와 쿠팡이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대형마트도 물류에 투자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형마트 규제가 사라진다면 당장 오프라인 점포를 새벽배송을 위한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배송을 위한 인력을 고용하고 차량을 섭외하는 등 비용 대비 수익을 고려해야겠지만, 규제가 없어지면 물리적으로는 서비스가 바로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쿠팡 연매출은 약 41조 원으로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 매출 합계치를 웃돌았다. 전통적 유통 강자였던 대형마트들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명분에 발이 묶여 시장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서, 급성장하는 이커머스 시장의 수혜를 쿠팡이 독점한 셈이다. 대형마트 측에서는 꾸준히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유통법은 2029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커머스로 유통 중심축이 옮겨가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규제 철폐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새벽배송이 생활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으며 ‘장보기 문화’ 자체가 사라지는 추세인데, 대형마트의 손발을 묶는 규제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대립 관계로 보는 것보다는 오프라인 유통과 이커머스 간 경쟁 구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형마트에서 중요한 것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게 됐다”면서 “독점적 이커머스를 견제한다는 관점에서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력 회복 자체를 선결 과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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