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재무 전문가도, 영업통도 아니었다. 하이트진로가 14년 만에 단행한 수장 교체에서 선택한 키워드는 ‘소통’과 ‘관리’였다.
하이트진로는 8일 장인섭 관리부문 총괄 전무를 총괄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2011년 취임해 ‘장수 CEO’로 회사를 이끌어온 김인규 대표 이후 14년 만의 사령탑 교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파격적이면서도 ‘하이트진로다운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통상 재무·영업 출신이 아닌, 홍보(Communication)와 경영지원 업무를 주력으로 성장한 임원이 CEO에 오른 것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의 이번 선택은 소비자와의 접점이 넓고 트렌드 변화가 극심한 주류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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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인섭 하이트진로 신임 대표이사(총괄 부사장)/사진=하이트진로 제공 |
◆1995년 입사, ‘30년 하이트진로맨’의 신화
1967년 충남 출신인 장인섭 내정자는 1995년 진로에 입사해 30년 넘게 한 우물을 판 ‘정통 하이트진로맨’이다. 수원대와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을 거친 그는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합병, 그리고 이후 이어진 격변의 주류 시장 역사를 현장에서 온몸으로 겪어낸 산증인이다.
그의 이력은 단순한 홍보맨을 넘어선다. 2006년 경영전략실 경영진단팀장, 2011년 정책팀장을 거치며 회사의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2013년 관리부문 담당상무로 승진한 이후에는 법무·정책은 물론, 주류업의 핵심 경쟁력인 물류와 SCM(공급망관리)까지 총괄하며 실무 전반을 장악했다.
그의 대표 발탁은 “홍보 임원은 C레벨(최고경영진)로 가는 길목에서 멀다”는 재계의 통념을 보란 듯이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장 내정자 개인의 탁월한 역량은 물론, 기업 경영에서 대내외 소통과 위기 관리 능력이 재무적 성과만큼이나 중요한 핵심 역량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특히 지난 14년은 하이트진로의 르네상스였다. ‘진로이즈백’으로 뉴트로 열풍을 일으키고, ‘테라’와 ‘켈리’의 연타석 홈런을 통해 맥주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흐름을 읽고 소비자와 호흡하는 마케팅과 홍보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장 내정자는 이러한 성공의 역사를 후방에서 지원하며, 기업이 직면한 크고 작은 이슈들을 조율해 온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하이트진로가 그를 낙점한 것은 앞으로의 10년 역시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시장과의 소통’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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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트진로 로고/사진=하이트진로 제공 |
◆‘입’과 ‘귀’ 넘어 ‘두뇌’와 ‘손발’까지
장 내정자가 ‘홍보인 성공 신화’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회사의 목소리를 전하는 입 역할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2021년 관리부문 총괄전무에 오른 뒤 경영전략실, 법무, 대외협력, 물류, 커뮤니케이션 등 영업을 제외한 지원 조직 전체를 진두지휘했다. ‘진로이즈백’, ‘테라’, ‘켈리’ 등 히트 상품이 시장에 안착할 때, 뒤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공급망을 최적화하며 마케팅의 성공을 뒷받침한 ‘숨은 조력자’가 바로 그였다.
이는 하이트진로가 장 내정자를 낙점한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대내외 소통 능력(홍보)과 치밀한 관리 능력(전략·SCM)을 동시에 갖춘 그의 ‘하이브리드 리더십’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주류 업계에서 브랜드 이미지는 곧 기업의 생명과도 같다”며 “홍보와 관리 부문을 두루 거치며 정무적 감각과 위기 관리 능력을 검증받은 장인섭 체제는 하이트진로의 안정적인 성장과 내실 다지기에 최적화된 카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100년 기업의 미래, ‘소통 경영’으로 연다
장 내정자는 김인규 전 대표가 다져놓은 ‘성공 DNA’를 계승하며, 100년 기업 하이트진로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장인섭 내정자는 실무부터 임원까지 30년간 회사의 모든 살림을 챙겨온 인물”이라며 “홍보인 특유의 유연한 소통 능력에 경영 진단과 물류를 아우르는 전문성까지 겸비하고 있어, 하이트진로의 내실을 다지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홍보와 전략을 섭렵하고 1등 주류 기업의 수장에 오른 장인섭 대표. 그의 등장은 ‘소통’과 ‘전문성’이 기업 경영의 핵심 경쟁력임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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