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을 포함한 사법개혁 입법을 놓고 ‘강행’에서 ‘숙의 후 결정’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사법개혁안의 연내 처리 방침은 유지하되 최종 결정은 추가 숙의를 거쳐 내리기로 한 것이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8일 정책의원총회 후 백브리핑에서 “오늘 의원총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전문가 자문과 각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다음 의원총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법원의 재판 지연과 반복되는 영장 기각에 내란전담재판부가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이견이 없었다”며 “다만 ‘위헌 논란 등 상대에게 빌미를 줄 필요가 있느냐’, ‘논란 소지를 줄인 뒤 추진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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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27./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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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법왜곡죄 역시 더 숙의하기로 했다”며 “현재 판례로도 법왜곡죄 구성요건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미 판례로 가능한데 굳이 법으로 만들어 논란을 키울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당초 민주당은 사법개혁 법안의 연내 처리를 목표로 ‘속도전’을 예고했지만, 위헌 논란이 거세지자 법적 검토와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튼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민주당과 공조 관계를 유지해온 조국혁신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위헌 소지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한) 위헌 제청이 이뤄질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일당이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회의원은 위헌 소지가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위헌 제청의 주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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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8./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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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헌법재판소가 (내란전담재판부를) 위헌으로 판단하면 지금까지 진행된 재판 전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며 “피의자들이 모두 풀려나고 새 재판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신중론이 확산되는 상황이지만 민주당 주류에서는 제도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언론에서 ‘폭주 정치’, ‘민주당 빼고 다 반대한다’, ‘접어야 한다’는 식의 단정적 표현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단계인데 이렇게 결론을 미리 단정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란 재판이 ‘침대 재판’, ‘만담 재판’으로 불리고 있고, 내년 1월 18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 우려가 있는 현실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현실은 외면한 채 내란전담재판부 자체를 하지 말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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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정부 6개월 성과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전성환 경청통합수석, 봉욱 민정수석. 2025.12.7./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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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7일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당과 대통령실 간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에 대해 원칙적으로 생각이 같다”며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추진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이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조율하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려 주목을 끌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법 및 법왜곡죄 신설 법안 등에 대해 위헌성 논란과 재판 독립 침해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한 입장 표명 의안이 현장 발의돼 재석 과반 찬성으로 가결됐으며 이에 따라 전국법관대표회의 명의의 공식 입장이 처음으로 채택됐다.
법관대표회의는 회의가 끝난 후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관련 법안과 법왜곡죄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 논란과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커 신중한 논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9일에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주최하는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가 11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행정처가 사법개혁안을 주제로 공청회는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제는 ‘사법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 ‘상고제도 개편’, ‘대법관 증원안’ 등 6가지로 사법 분야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이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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