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BYD 외에도 고성장세 기록…SK온, 삼성SDI 중하위권 밀려나
ESS 및 프리미엄 배터리로 응수…향후 5년이 골든타임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독주가 지배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CAT과 BYD 등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는 가운데 30%대를 넘보던 K-배터리는 10% 중반대로 내려앉으며 존재감이 급격히 줄고 있다.

   
▲ 중국 푸젠성 닝더시 소재 CATL 본사./사진=CATL


9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8.9% 수준으로 이 중 CATL과 BYD 두 기업만 합쳐 55%로 집계됐다.

상위 2개 기업외에도 CALB, 고션, EVE, 에쓰볼트 등의 회사들이 높은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 에쓰볼트와 고션의 경우 각각 연간 성장률 86.6%, 80.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3사의 합산 점유율은 16%로 떨어지면서 불과 몇 년 전 중국과 각축전을 벌이던 구도가 무너졌다. CATL이 약 38.1%, BYD가 16.9%의 점유율을 기록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9.3%에 머물렀고 SK온과 삼성SDI는 각각 4.0%, 2.7%를 기록하며 중하위권으로 밀려났다.

특히 연간성장률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12.8%, SK온은 19.3%, 삼성SDI는 -4.6% 등을 기록하면서 중국 업체들의 고성장세와 비교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기술 트렌드 측면에서 중국의 전략적 선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고에너지밀도 NCM(니켈, 코발트, 망간)배터리에 집중하는 사이 CATL과 BYD는 LFP(리튬, 인산, 철)배터리를 전면에 세워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LFP는 에너지밀도는 다소 낮지만 열 안전성과 수명, 원가에서 우위를 보이면서 보급형 전기차와 상용차 시장에서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와 CATL의 고속충전 LFP 등 중국발 신제품이 연이어 나오면서 가격·성능을 동시에 맞추기 어려운 한국·일본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양상이다.​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한 중국기업들의 해외 현지화 전략도 공격적이다. CATL과 BYD는 유럽을 중심으로 다수의 기가팩토리 설립을 추진하며 헝가리·스페인·독일 등에서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와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EU(유럽연합)의 중국 견제 움직임 속에서도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물량을 이유로 중국 배터리를 손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 SK온, 인터배터리 2025 부스 내 드림 테크놀로지 세션. 건식 공정 기술 및 전고체 배터리 샘플이 전시돼 있다./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이에 국내 3사도 중국 독주에 대응해 LFP 배터리 양산 확대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공략으로 중저가 영역을 방어하고 있다. 또한 전고체·고성능 NCM 등 차세대 기술 R&D(연구개발)에 2조5000억 원 이상 투자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국내 LFP 라인 전환으로 ESS 주문 120GWh를 확보했으며 SK온은 각형·LFP 개발로 북미 공급망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양산 목표로 미래기술캠퍼스를 가동 중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중국에 대부분 내준 보급형 전기차·ESS 수요를 일부라도 회수하고 NCM·전고체 등 고부가 라인과 투트랙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 정제와 소재, 셀 제조까지 중국 중심으로 얽힌 공급망을 재편하지 못한다면 한국과 유럽·미국은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세그먼트와 일부 지역·용도 특화 시장에 집중하는 부분적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 각국의 보조금·안보 프레임 강화, 중국산 배터리 견제 규제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5년이 국내 배터리와 서방 배터리 산업 재편의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