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는 사업’ 같지만… LCC, 벨리카고 활용해 틈새 화물 수요 선점
대형사 장거리·환적 집중 속 단거리·소량 화물에서 구조적 기회 확대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여객 중심 사업 구조 속에서도 화물 운송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여객 사업은 가격변동이 심하지만 화물 운송 사업은 단가가 크게 변하지 않고 일정해 안정된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화물 시장이 장거리·환적 기반의 고부가 화물을 중심으로 대형사가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돈이 안 되는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실제로는 여객 중심 운항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틈새 수요,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은 안정적 수익 구조 덕에 충분한 사업성을 가진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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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진에어 화물 매출 비중은 1.1%, 에어부산은 0.1%를 기록했다. 티웨이항공은 화물운송수입이 포함된 기타수입 기준 9.06%를 기록했으나, 서비스수입, 취소수수료수입, 기타부대수입이 포함된 수치라 순수 화물 매출만으로 해석하기엔 한계가 있다. 

국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 대비 화물 수익 비중이 각각 26.6%, 18.1%에 달하는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LCC들의 화물 매출 비중이 최대 한자릿 수대에 그치다 보니 일각에서는 “굳이 힘을 들여 할 필요가 없는 사업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화물 운송 사업을 위해서는 전담 인력 배치나 판매 조직 운영을 병행해야 하는 만큼, 화물 비중이 낮은 LCC의 경우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다만 업계에서는 화물 가격의 안정성이 LCC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계열사들은 2023년부터 올해 3분기 까지 국내·국제선 모두 3년 연속 여객 운송 가격이 하락했지만, 화물 가격을 보면 2023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국내선은 kg당 260~285원, 국제선은 4123~4231원 수준으로 3년간 큰 변동이 없었다. 즉 화물은 여객 부문에 비해 비중이 작더라도 일정하고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LCC들 역시 최근 꾸준히 화물운송 규모를 늘리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8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의약품 항공운송 품질인증(CEIV Pharma)’을 획득하면서 특수화물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파라타항공도 지난달 24일 베트낭 다낭발 인천행 항공편(WE202)을 통해 벨리카고(여객기 화물 운송) 사업을 개시했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지난 2022년부터 A330-300 항공기 3대를 순차 도입하는 등 보유 기재 확대를 통해 화물사업 비중을 넓히는 중이다. 특히 올해 자그레브·로마·파리·바르셀로나 등 중장거리 노선에 벨리카고 스페이스를 확대 적용하면서, 최근 3년 사이 화물운송수입이 223억 원에서 올해 3분기 443억 원으로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CC가 화물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여객기 하부 공간(Belly)을 활용한 추가 비용 없는 운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객 수요가 중심이라 화물 적재는 우선순위가 아니지만 이미 띄우는 항공편에 추가 비용 없이 실을 수 있는 화물은 사실상 ‘순수익’에 가깝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화물 자체가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고정비가 추가로 증가하지 않는 만큼 적재 가능한 물량은 놓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등 단거리 노선에서 출혈경쟁을 맞고 있는 LCC 입장에서 벨리카고를 활용한 화물사업 확대는 기존 단거리·소형 항공기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체질 개선에 기여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글로벌 항공화물 시장의 회복 흐름도 LCC들이 화물 사업을 이어가는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 세계 항공화물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으며, 국제선 화물 물동량 역시 2022년 332만 톤, 2023년 374만 톤, 2024년 419만 톤으로 해마다 뚜렷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LCC 입장에서는 변동성이 큰 여객운송사업과 달리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며, 기존 여객 중심 운항에서 발생하는 틈새 화물 수요와 결합해 화물 사업 확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처럼 화물로 실적을 견인하긴 어렵지만, 이미 띄우는 항공편에서 추가 비용 없이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이라는 점에서 LCC가 쉽게 포기할 영역이 아니다”라며 “단거리 시장에서 화물은 수익 구조 변동성을 완충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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