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한화로보틱스 적자에도 투자는 지속
HD현대로보틱스도 적자 면했으나 영업이익 2억원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향후 선점 효과 기대”
[미디어펜=박준모 기자]HD현대·두산·한화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로봇 사업에서 아직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는 단기적으로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로봇 수요가 늘어나며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두산·한화는 앞으로도 로봇사업을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기술 고도화에 나설 방침이다. 

   
▲ HD현대·두산·한화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로봇 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HD현대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제품./사진=HD현대로보틱스 제공


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43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 243억 원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한화로보틱스 역시 지난해 177억 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 2023년에는 적자가 34억 원이었으나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흑자를 달성했으나 큰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억6900만 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다만 전년 171억 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라는 평가다. 

국내 주요 로봇업체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연구개발과 설비 등에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가 시장 수요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어 단기적으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일시적인 수요 부진 현상까지 나타나 매출 확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0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353억 원보다 43.3% 감소하기도 했다. 

   
▲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 센터 모습./사진=두산로보틱스 제공


◆R&D·M&A 등 투자로 영역 확대…미래 성장 ‘핵심’

이 같은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업들이 로봇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고, 미래 신사업으로서 전략적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HD현대·두산·한화 모두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상태다.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도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177억8000만 달러(약 26조 원)에서 2034년 601억4000만 달러(약 88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각사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먼저 두산로보틱스는 연구개발(R&D)은 물론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며 기술 확보와 사업 영역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3분기까지 R&D에만 55억 원을 투자했다. 매출 대비 27%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기술력 확보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9월에는 R&D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전체 임직원의 40%에 해당하는 80여 명의 연구인력이 모여 로봇 AI(인공지능)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한다. 

또 미국의 로봇시스템 통합 및 첨단 자동화 설루션 전문기업 원엑시아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M&A를 통한 기술력 확보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로봇팔 중심의 사업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IPO(기업공개)를 통해 투자 재원 마련에 나선다. 회사는 현재 주관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으며, 내년 중으로 상장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자본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HD현대도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에서 로봇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조선 계열사에 로봇을 적용함으로써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로보틱스도 협동로봇에서 자율 이동 로봇(AMR)과 무인운반차(AGV) 개발을 통해 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로봇 스스로 판단하는 피지컬 AI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로봇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로봇 사업은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현재는 적자가 나고 있으나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면 국내 기업들이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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