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 이르면 이번 주 면세 DF1·DF2 권역 사업권 입찰 공고 예정
신라·신세계 철수했지만 주류·담배·향수·화장품 등 취급해 ‘알짜’ 권역 평가
롯데 ‘재입성’, 현대 ‘외형 확대’ 총력…신라·신세계 정성평가 ‘뒤집기’ 관심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인천공항 면세점 DF1·DF2 구역 입찰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업계의 표정은 비장하다 못해 복잡미묘하다.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신라와 신세계가 '백기'를 들고나간 자리를 두고, 롯데와 현대면세점이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황 침체 속에 '적정 임대료'와 '사업권 확보' 사이의 딜레마에 빠진 면세업계의 눈치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내 신라면세점 매장./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9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공항 내 면세점 DF1(향수·화장품)과 DF2(주류·담배·향수·화장품) 2개 권역 사업권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계약 기간은 기본 5년이며 사업권 연장 시 최대 10년간 운영이 가능하다.

DF1과 DF2는 앞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높은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사업권을 반납한 구역이다. 신라는 내년 3월16일, DF2의 신세계는 4월27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공사 측은 면세점 운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내 후속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DF1·DF2 구역은 면세점 핵심 상품으로 꼽히는 주류·담배·향수·화장품 등을 취급하는 만큼, 면세업계에서는 적절한 임대료를 책정한다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두 면세점이 높은 입찰가로 따낸 사업권을 다시 반납하는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된 만큼, 이번 입찰에서 주요 면세점들은 ‘보수적 베팅’에 나설 예정이다. 업황 악화로 수익성 확보가 우선과제가 된 만큼,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취지다. 

주요 면세점들이 ‘적정 임대료’ 산정에 집중하면서 각 사별 경쟁력을 간접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곳은 롯데면세점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바잉파워’가 중요한 면세업 특성상,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롯데면세점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특히 면세점 ‘빅4’ 중 유일하게 인천공항 내 사업장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입찰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현재 입찰 전담팀(TF)을 꾸리고 입찰 사전작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입찰 관련 TF를 운영 중이지만, 아직 공사에서 입찰 공고가 나지 않은 만큼 본격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진 않다”라며 “입찰 조건을 확인한 뒤 수익성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 입찰 참여 여부를 확실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현대면세점도 외형 확장을 위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면세점은 지난 8월 실적이 부진한 동대문점에서 철수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 왔다. 지난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다시 외형 확대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인천공항 DF5(럭셔리 부티크) 구역을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데다, 면세점 빅4 중 유일하게 사업권을 중도 반납한 이력이 없다는 점은 정성평가에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업권을 반납한 신라와 신세계도 이번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사업권 반납에 따른 정성평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면세업계에서는 높은 입찰가를 써낼 수 없는 상황에서 사업계획 평가만으로 이를 뒤집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지난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DF5 구역 입찰에서 현대면세점보다 높은 입찰액을 써냈음에도 고배를 마신 바 있다. 2018년 사업권을 반납했던 이력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풀이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철수에 따른 ‘사업 안정성’ 감점이 전체 입찰을 좌우할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공사 측은 비슷한 조건을 제시한 업체 사이에서 운영 안정성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면서 “신라·신세계는 아직 적자를 보고 있고 막대한 위약금까지 부담해야 하는 만큼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입찰에는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 태국 킹파워 등 해외 면세점도 관심을 보이며 다시 ‘국제전’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면세업계에서는 세계적인 면세업 침체로 해외 업체들이 공격적인 입찰에 나설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CDFG는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DF 1~4 구역 입찰에 참여했지만 우려와 달리 낮은 금액을 제시하며 탈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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