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동현 기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워 서울시장 후보에 나설 예정인 여야 정치인들 사이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X(옛 트위터)를 통해 서울 성동구 정기 여론조사에서 정 구청장의 구정 만족도가 92.9%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정원오 구청장님이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 저의 성남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는 글을 올렸다.
정 구청장을 둘러싼 이른바 ‘명심 논란’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잠재적인 서울시장 후보군들은 공개적인 확대 해석은 피하면서도 미묘한 온도 차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야당의 유력 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 개입”이라며 성토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히려 정 구청장을 향해 “차별화 된 후보”라고 두둔하는 입장을 밝혀 대조를 보였다.
민주당에서 처음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실제로 정 구청장은 일 잘하는 단체장인 것은 맞다”면서도 “경쟁자 입장에서 인간적으로 다소 당혹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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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9./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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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측이 ‘대통령발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박 의원은 “정 구청장은 아직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은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라며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달리 특정인 한마디에 공천이 좌우되는 정당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어젯밤 이 대통령과 짧게 통화했다.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말씀을 주셨다”고 직접 해명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확대 해석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김 총리는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대통령의 정 구청장 칭찬 논란에 대해 “전혀 선거 개입이 아니다”라며 “대통령께서 개인적으로 본 내용에 대한 개인적 소회가 확대 해석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총리는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설도 거듭 부인하고 나섰다. 김 총리는 “총리로서 국정을 수행하는 당연한 일까지 선거와 연결시키는 해석이 반복돼 여론조사에서도 이름을 빼 달라고 이미 요청했다”며 “제가 꼭 출마해야 할 상황도 아니고, 다른 민주당 인사들 가운데서도 경쟁력 있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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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에 대한 격려의 글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직접 남겼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성동구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구정 만족도 조사에서 90%를 상회하는 긍정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게시했다.
이 대통령은 "정원오 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저의 성남시장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저는 명함도 못 내밀듯"이라고 적었다. 2025.12.8./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엑스(X)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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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나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실상 여당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명심 오더’이자 대통령발 사전 선거운동”이라며 “관권 프라이머리의 나쁜 싹을 차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사안을 엄중하게 들여다보고 대통령의 선거법상 중립 의무와 사전 선거운동 금지 원칙을 훼손하는 행태에 대해 명확한 기준과 경고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정이한 개혁신당 대변인도 “단순한 덕담이 아니라 민주당을 겨냥한 노골적인 공천 ‘가이드라인’이자 관권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하는 위험한 신호탄”이라며 “지금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인가, 아니면 여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인가”라고 비판했다.
다만 국민의힘 소속으로 현직에 있는 오 시장은 지난 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 구청장은 다른 주자들과는 조금 차별화되는 식견을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오 시장이 추진하는 한강 버스에 대해 정 구청장이 우호적인 시각을 보인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오 시장은 정 구청장을 언급하면서 "한강 버스는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성공할 사업으로 보이고, 초기에 지나치게 시행착오에 초점을 맞춘 비판을 하기보다는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식의 언급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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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인 나경원(오른쪽 부터), 곽규택, 김재섭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회의 개회 전 대화하고 있다. 2025.12.8./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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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 구청장은 지난 8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달 중순께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언급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출마를 결심한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정 구청장은 “거의 뭐”라고 답했다. 이어 ‘마음을 굳혀가는 중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구의회 예산안이 통과되는 12월 중순쯤”이라고 밝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구청장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구청 차원의 예산 편성과 인사 일정이 12월 중·하순에 집중돼 있어 해당 업무를 마무리한 뒤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을 두고 지난해 이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김 총리가 직접 ‘명심 효과’의 수혜를 받은 사례가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유튜브 방송에 나와 김 총리를 언급하면서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고 한 이후 김 총리가 이 대통령의 암묵적 신뢰를 받는 후보로 부각되면서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일화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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