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주혜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도한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된 이후 최고위원 3명의 사퇴로 보궐선거까지 치르게 되면서 당내는 미묘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가 '친명(친이재명) 대 친청(친정청래)' 간 세력 대결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당 안팎으로부터 나오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중앙위원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동등하게 하는 '1인 1표제'를 부결시키며 정 대표의 당원 주권 강화 행보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병주·전현희·한준호 최고위원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내년 1월 11일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1인 1표제'가 좌초된 상황에서 진행되는 이번 선거는 정 대표를 견제하는 친명 인사들이 속속 최고위원 출마에 나서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당 지도체제의 주도권을 놓고 '친명 대 친청'이 맞붙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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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2.9./사진=연합뉴스 |
실제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당시 영입한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도전장을 냈다.
유 위원장은 이날 출마 선언문에서 "쓸데없는 논란을 만들고 의미 없는 편 가르기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며 "중앙위원회 1인 1표제 부결은 절차 부실, 준비 실패, 소통 부재의 결과"라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는 "당내 비민주적 제도를 개선하고 당내 권력을 감시·견제할 수 있는 최고위원이 필요하다"며 "이재명의 영입 인재답게 이재명처럼 일하고 이재명처럼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친명계 원내외 모임인 혁신회의 공동상임대표인 유 위원장은 지난해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로 탈락해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 혁신회의는 성명을 내고 정 대표를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이외에도 친명계에서는 강득구·이건태 의원이, 친청계에서는 임오경 의원과 김한나 지역위원장 등의 도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반면 당 지도부는 이번 보궐선거와 '1인 1표제' 좌초를 두고 '친명-친청' 구도가 형성되는 것에 대해 강하게 선을 긋고 나섰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친명-친청'은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기우제'"라며 "민주당에 친청은 없고 친명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친명과 친청의 대결'이라는 규정이 등장하고 있다"며 "위험의 시작이다. 외부의 '갈라치기'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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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본회의에 앞서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입장해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5.12.9./사진=연합뉴스 |
이성윤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명청 구도, 명청 대결 프레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말 민주당을 적대시하고 내란 세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런 기운도 없다"고 일축했다.
조 사무총장도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매사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편 가르기 하는 방식은 자제될 필요가 있다"며 "누구와 가깝고 먼가의 관점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내란 세력과 어떻게 더 잘 싸울지를 기준으로 중앙위원과 당원들이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도부는 부결된 '1인 1표제'에 대해 당장은 아니지만 재추진 의사를 밝혀 여지를 남겼다.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정 대표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1인 1표제에 대해 당 차원의 이견은 없다"며 "당분간 이 문제와 관련해 별도의 논의를 추진하거나 다시 중앙위에 부의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향후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전혀 이견이 없기 때문에 전당대회준비위원회 등 다른 과정을 통해 검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대변인도 이날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서 "1인 1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 대표의 공약이자 약속이기 때문에 시대정신이고 당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김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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