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기조 내년도 '보수' 유지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에도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유지할 방침을 내비치면서 대출 한파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가계대출 확산을 억제하고 '생산적 금융' 중심으로의 정책 방향을 전환하면서 은행의 가계대출 확대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여기에 올해 가계대출 연간 총량 기준을 초과한 은행들에 대한 패널티가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내년 대출 한도 역시 보수적으로 설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금융당국이 내년에도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유지할 방침을 내비치면서 대출 한파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들로부터 내년도 연간 가계대출 경영계획을 제출받는데, 올해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경상성장률 이내에서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설정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6.2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하반기 목표치를 연초 계획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을 주문했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 대부분이 목표 초과율을 넘긴 상태로, 초과 은행에는 내년도 대출 한도 축소 등 제재가 적용될 전망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정책대출 제외)은 지난달 20일 기준 7조8953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에 제출한 목표치(5조9493억원)를 32.7% 초과했다. 이들 은행 모두 개별 목표를 초과한 가운데 초과율은 최소 9.3%에서 최대 59.5%에 달한다.

총량 관리를 위해 시중은행들은 이미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KB국민은행은 대면·비대면을 통한 접수를 막았고, 하나은행도 올해 실행되는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의 신규 접수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각 영업점의 대출한도를 월별 10억원 이내에서만 신규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대출 환경 악화도 부담 요인이다. 내년 1월부터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이 기존 15%에서 20% 상향되면서 대출 규제의 체감 강도는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위험가중치는 은행이 대출을 취급할 때 산정해야 하는 자기자본 적정성 기준과 직결되는 지표다. 비율이 높을수록 동일한 대출을 취급하더라도 더 많은 자기자본을 적립해야 하는 만큼, 대출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은행권은 이 같은 환경을 반영해 내년 경영계획에 가계대출 목표치를 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초 총량규제가 리셋되면서 새로운 한도가 부여되긴 하지만, 대출 공급이 올해보다 확대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 함께 올해 총량 기준을 초과한 일부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출 한파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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