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원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환율이 1500원선마저 위협하는 가운데, 내년에도 원화 약세에 따른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 장기화된 가운데, 국민연금·서학개미의 미국주식 투자 확대, 한국의 가파른 통화량 증가율, 대미투자 기업의 달러보유량 확대 등이 환율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날 본격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내년 연말까지 금리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고환율 리스크에 주의해야 한다는 평가다.
나이스(NICE)신용평가와 S&P글로벌레이팅스(Global Ratings)는 10일 오전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2026년 신용위험 전망: 글로벌 교역환경 변화와 신용위험'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 |
 |
|
| ▲ 최근 달러 대비 원화약세를 보이며 원/달러환율이 1500원선마저 위협하는 가운데, 내년에도 원화 약세에 따른 고환율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 장기화된 가운데, 국민연금·서학개미의 미국주식 투자 확대, 한국의 통화량 증가율, 대미투자 기업의 달러보유량 확대 등이 환율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날 본격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가계부채와 환율약세로 내년 연말까지 금리인하가 쉽지 않은 만큼 고환율 리스크에 주의해야 한다는 평가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
우선 루이 커쉬 S&P글로벌레이팅스 전무는 내년도 한국경제 전망에 대해 직전보다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루이 전무는 "미국 관세 가시성이 높아졌고, 최근 관세율에서 중국이 낮아졌다는 점을 고려해 2026년도 전망을 조정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성장률)은 2.3%를 전망하고 있다. 몇 달 전보다 살짝 더 높은 수준인데, (한국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한국의) 중립금리가 높지 않지만 환율약세·가계부채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이 좀 더 기다렸다가 조치(금리인하)하지 않을까 본다"고 부연했다. 이에 루이 전무는 한은이 2026년도 말께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 상승 불가피…위험투자 다시 증가세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로 인한 고환율 문제는 내년도 우리경제를 발목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혁준 나신평 금융SF평가본부장은 이날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원/달러 상승요인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 장기화 △미국보다 높은 한국의 통화량(M2) 증가율 △국민연금의 미국주식 투자 확대 △서학개미의 미국주식 투자 확대 △대미투자 한국기업들의 달러보유량 확대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이 본부장은 "통화량 증가율이 미국보다 높은 가운데 한국보다 더 높은 금리와 투자 수익률을 찾아 미국으로 이동하는 자금이 확대되면서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하는 모습"이라며 "가계부채 급증의 주원인인 서울 부동산 가격은 대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2022년부터 시작돼 3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환율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며 "내년에는 미국 투자자금이 더 몰려갈 수 있는데, 오픈AI, 스페이스X 등 시장에서 기대받는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서 내년에도 환율 상승 추세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이 (오늘 저녁)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도 더 인하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우리나라는 환율·부동산가격 때문에 (금리인하가) 어려울 것이다. 기준금리 격차가 내년에 줄어든다면 환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또 이 본부장은 금융권의 내년도 신용 등급 방향성에 대해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신용카드 △리츠 △할부리스(캐피탈) 등에 '안정적'을, △부동산 신탁 △저축은행 등에 '부정적'을 각각 평가했다. 지난해 부정적으로 전망됐던 증권과 할부리스(캐피탈)가 안정적으로 전환했다.
주식시장으로 쏠리는 유동성은 올해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혔다. 올해 코스피는 주요국 주가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는데, 이는 정부의 주주친화 정책 강화, 반도체 수퍼 사이클 진입, 지난해 기저효과 등이 고루 어우러진 덕분이다. 이에 14조원까지 감소했던 일평균 주식거래대금도 한때 26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이 같은 단기간 과도한 상승이 주가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버블의 정점을 찍었던 지난 1999년 코스피가 82.8% 폭등했다가 이듬해 50.9% 폭락했던 아픈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예시로 들었다.
이와 함께 금융업권에서 위험투자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점도 모니터링 요인이다. 이 본부장은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와 우발채무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면서 "정부의 경기 부양에 따른 유동성 팽창이 이어지고 있어 레버리지를 동반한 위험 투자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종합금융투자계좌(IMA) 및 발행어음 사업에 대해 "새 정책의 목표는 비생산적인 부동산에 편중된 증권사의 자금을 생산적인 모험자본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라며 "그러나 기존 정책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폭증 유발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새 정책 역시 현재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부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지속…K자형 회복세 보일 듯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며 2025년 세계경제가 다소 주춤한 한 해를 보낸 가운데, 내년에는 관세 리스크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인공지능(AI) 투자 추세,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한국 원화의 구조적 약세 등을 경계·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아울러 최근 수혜를 받고 있는 '반도체·조선'이 내년에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굴뚝산업으로 꼽히는 '철강·석유화학' 등은 중국의 저가공세 및 무역장벽에 가로막혀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한국 산업계가 'K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기종 나신평 평가정책본부장은 "2025년의 낮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와 글로벌 AI 투자확대의 수혜효과, 확장적 재정정책의 영향 등으로 2026년에는 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라면서 "경기 회복이 일부 산업에 집중되면서 K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일각에서 AI(인공지능) 버블론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AI 기술이 빅테크 기업들의 핵심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는 점과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핵심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빅테크 기업 간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AI 인프라 투자의 확대가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철강·석유화학에 대해서는 "중국의 경제·구조적 문제에 따른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트럼프 관세의 영향도 점차 본격화되면서 교역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산업 환경에 따른 산업 간 실적 차별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내년도 주요 모니터링 요인으로는 △글로벌 AI 투자 확대의 속도와 지속 가능성 △신임 연방준비제도 의장 취임 이후 미국 통화 정책 방향 관련 불확실성 △국내 AI 인프라 투자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 △원화의 구조적 약세 요인 완화 여부 등이 경제 및 금융 시장을 움직일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