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방산업계가 올해도 굵직한 해외 수주 성과를 거둔 가운데 내년에도 대형 사업 수주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방산업체들은 중동은 물론 캐나다, 미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정부의 지원도 해외 수주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정부는 방산 수출 확대 정책과 정상외교도 펼치고 있어 내년이 수출 확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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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방산업계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해외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사진은 현대로템 K2 전차./사진=현대로템 제공 |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페루 육군과 K2 전차 및 K808 차륜형장갑차 공급에 대한 총괄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에는 K2 전차 54대 및 K808 차륜형장갑차 141대를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향후 이행계약을 통해 수출이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차륜형장갑차 30대 공급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이번에는 K2 전차까지 중남미에 첫 진출하는 성과를 올리게 됐다. 계약 규모는 약 3조 원으로 추정된다.
현대로템은 지난 8월 폴란드에 수출하는 K2 전차 180대를 납품하는 2차 계약을 맺으면서 대규모 일감을 확보했는데, 이번에 페루 사업이 확정되면 수주잔고는 약 13조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올해 인도와 K9 자주포 2차 계약, 폴란드 자주포 부품 공급 계약, 중동에 유기무기를 공급하는 계약 등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3분기 말 기준 지상방산 부문에서만 30조9960억 원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6월 필리핀 국방부와 FA-50 12대를 추가로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항공기와 후속지원사업을 포함해 약 9700억 원이다. 이러한 수주 성과로 KAI의 3분기 말 수주잔고는 26조2673억 원에 달한다.
LIG넥스원은 올해 큰 해외 수주 성과는 없지만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에서 확보한 일감을 통해 23조4300억 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올해 정부의 200억 달러 방산 수출 목표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 등 굵직한 성과는 있었다”며 “계약이 예상보다 지연되는 경우도 있어 수주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내년엔 캐나다·미국서 대규모 사업 수주 기대
업계 내에서는 내년에도 해외 수주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도 해외에서 대규모 사업이 속속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 방산업체들도 도전장을 던졌다.
먼저 KAI는 미국 해군 고등훈련기 사업 수주를 노린다. 이 사업은 미국 해군의 노후화된 훈련기를 대체하는 것으로 규모만 10조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록히드마틴과 함께 사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으며, T-50을 기반으로 개발한 TF-50N을 통해 계약을 따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내년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도 내년 최종 사업자가 발표된다. 캐나다는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할 계획이며, 잠수함 수출 계약과 MRO(유지·보수·운영) 비용까지 포함하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을 구성해 최종 후보에 오른 상태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은 빠른 납기와 기술 경쟁력 등을 앞세워 수주를 따낸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내 방산업체들은 유럽, 중동, 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을 대상으로 방산 세일즈를 펼치면서 신규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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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현지 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K2 전차 및 K808 차륜형장갑차 공급 총괄합의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로템 제공 |
◆정부도 방산 수출 확대 적극 지원
정부의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도 수주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해외 순방을 통해 방산 협력의 계기를 만들었다. 실제로 정부는 이 대통령이 UAE를 방문한 이후 방산 협력 성과를 15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방산특사로 임명한 강훈식 비서실장도 연이어 해외를 방문하면서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유럽, 11월에는 중동을 방문한 데 이어 캐나다도 방문할 계획이다. 캐나다 방문을 통해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의 캐나다 사업 수주에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또한 이달 들어서는 방산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중동과 캐나다 등에서 진행 중인 대형 사업 위주로 수출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번 페루 K2 전차 수출 역시 정부의 지원이 한몫했다. 지난 ‘APEC 2025’에서 페루와의 방산 협력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으며, 이번 협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방산업계도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내년에도 수출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주의 경우 정부가 지원할 경우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성사 가능성이 커진다”며 “정부가 방산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고 밝힌 만큼 업계 내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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