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라인, 패밀리룩 중심으로 이동
맞벌이 증가, 아동복 소비력 확대
백화점·플랫폼까지 키즈 채널 확장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국내 아동복 시장이 올해 사상 처음 2조 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 패션 브랜드와 온라인 플랫폼까지 키즈 라인 경쟁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출산율은 줄었지만 1인당 소비 단가 증가·맞벌이 확대·등원룩 SNS 문화 등이 결합해 아동복 시장을 기존 유아복 영역을 넘어 패션 메인 카테고리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헤지스 25FW 키즈 라인 화보./사진=LF 제공


10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아동복 시장은 전년 대비 약 7% 성장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체 패션 성장률(2.7%)의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2020년 9000억 원 수준이던 시장은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졌다.

브랜드별 대응은 과거와 다르다. 단순히 키즈 라인을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전략 전환·브랜드 통합 전개·프리미엄화로 이동하고 있다.

헤지스는 기존 라이선스 방식에서 직접 생산·판매 체제로 전환했다. 키즈 라인을 별도 부속 카테고리가 아닌 패밀리 브랜드 핵심 포지션으로 재정의하며 내년 풀 컬렉션 구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뉴발란스 키즈는 지난해 2200억 원에서 올해 23% 상승한 2700억 원을 매출 목표로 삼았다. 스포츠 캐주얼·라이프스타일·패밀리룩 포맷이 결합된 대표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패션기업 한세엠케이의 유아복 브랜드 '모이몰른'은 올해 10월 오프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한 48억 원을 기록했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키즈는 가성비와 대량 판매 구조를 무기로 오프라인 단독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저가 키즈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이먼 여주 아울렛에 입점했다.

유통 경쟁도 치열하다. 백화점 3사는 키즈관을 단순 PB 판매 공간이 아니라 트래픽 핵심층으로 재정의하고 매장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대구점에 프리미엄 전문관을 신설했고, 롯데백화점은 인천점에 1000평 규모 키즈관 '킨더유니버스'를 구축했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에 순환형 키즈 팝업 존을 운영해 온라인 인기 브랜드를 고정 수요로 끌어오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소비 전환 속도를 온라인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고 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종합쇼핑몰 ‘이십구센티미터(29CM)’에서 ‘키즈 카테고리’는 올해 10월 거래액이 지난해 10월 대비 382% 증가했다. 29CM의 오프라인 매장 이구키즈 성수는 올해 8월 아동복 브랜드 ‘드타미프로젝트’ 팝업 행사를 진행했는데, 약 한 달 동안 매출 2억원을 올렸다.

아동복 시장 확대는 단순한 매출 성장 현상이 아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저출산 현상에 따라 국내 0~14세 인구는 2016년 686만명에서 작년 548만명으로 내려왔다. 

이 같은 인구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동복 시장이 전체 패션 시장 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한 자녀 가구와 맞벌이 가정의 증가에 따라 ‘자녀에 대한 소비’를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고급 아동복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는 게 패션업계의 시각이다.

SNS 문화도 아동복 소비를 늘리는 요인 중 하나다. 3040세대 부모들 사이에 자녀의 ‘등원룩’(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 갈 때 입는 복장) 등을 SNS에 자랑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더욱 고급스럽거나 멋진 입히고 싶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존엔 아동복이 성인 라인의 추가 상품으로 기능했지만 지금은 브랜드 경쟁력과 매출 중심 축으로 이동한 전환기"라며 "플랫폼·패션 브랜드 모두가 키즈를 '본판'으로 다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