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수본 '통일교의 민주당 금품지원 의혹' 사건 전담팀 편성
윤영호 “전재수 장관에 금품 전달해” 진술...전재수 “명백한 허위 조작”
당내 자정론도 이어져...박지원 “민주당에 검은 손 들어왔다면 파헤쳐야”
박수현 “민주당 인사 연관됐다면 결과에 따라 처벌하면 되는 것”
이 대통령 “불법 연루 의혹, 여야·지위 고하 막론하고 엄정 수사” 지시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10일 열린 재판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인 실명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 조사 과정에서 “통일교 행사와 정치권 접촉 과정에서 민주당 정치인들에게도 금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재판에서 '민주당 인사와도 접촉했다'고 말한 윤 전 본부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이와 관련한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정치인 실명을 언급하지 않은 채 최후진술을 마쳤다.

윤 전 본부장은 김건희 특검 조사에서 2018년~2020년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이던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수천만 원대 현금과 명품 시계를 건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8./사진=연합뉴스

이에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근거 없는 진술을 사실처럼 꾸며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허위 조작”이라며 “의정활동은 물론 개인적 영역 어디에서도 통일교를 포함한 어떤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면 반박했다.

한편 전 장관 외에 다른 현직 장관의 금품수수 명단이 시중에 나돌면서 민주당 내부 분위기가 한때 흉흉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정치인으로 자신이 거론되는 데 대해 "내일 입장문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경기도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내일 간단한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말씀 드리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편 민주당 일각에서는 통일교 관련 금품수수 의혹이 있다면 정당을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자정론도 제기되고 있다. 

   
▲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8./사진=연합뉴스

박지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서 “민주당에도 통일교의 검은 손이 들어왔다면 파헤쳐야 한다.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하도 여러 가지 버전이 돌아다닌다”며 “민주당 인사들이 불법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이 확인된다면 그대로 수사하고 결과에 따라 처벌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주당 인사들이 이 문제와 관련돼 있다면 이미 특검이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한 사안”이라며 “특검 수사 내용과 달라 자체적으로 할 수 없어서 넘긴 것이지, 덮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윤건영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만약 불법적인 자금이 전달됐고 명품 시계가 전달됐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보도된 당사자인 전 장관은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0./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특정 종교 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통일교의 민주당 금품 지원 의혹 사건을 특검으로부터 넘겨 받아 특별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전날 통일교의 민주당 금품 지원 의혹과 관련한 내사 사건을 경찰청 국수본에 이첩했다. 

국수본은 이날 오후 해당 기록을 접수한 뒤 검토를 거쳐 중대범죄수사과 내 특별전담수사팀에 사건을 배당했다. 

특별전담수사팀장은 김건희 특검에 파견돼 있던 박창환 총경이 맡기로 했으며, 박 총경은 오는 11일 경찰청에 복귀해 수사 지휘를 시작할 예정이다. 

수사 대상에는 통일교가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과 청와대·내각 인사에게 현금과 고가 선물을 제공했다는 진술, 대통령 측근 인사 접촉 의혹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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