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 사업보다 카드론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를 카드론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카드론도 위축되는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12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카드수익은 14조484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774억원) 대비 1.2% 증가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중 카드론 수익은 3조9779억원으로, 가맹점수수료 수익(3조9255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의 경우 7개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4조1357억원으로 카드론 수익(3조6726억원)보다 컸다. 그러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2000억원 넘게 줄어든 반면 카드론 수익은 3000억원 넘게 확대되면서 뒤집혔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카드와 우리카드의 카드론 수익이 전년 대비 20% 넘게 늘며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먼저 현대카드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카드론 수익은 5858억원으로 전년 동기(4841억원) 대비 21.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의 카드론 수익은 20.55% 증가한 40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외에 다른 카드사들도 카드론 수익이 증가세를 보였다. 신한카드는 7870억원에서 8434억원으로 7.17%, 롯데카드는 4943억원에서 5244억원으로 6.09%, 하나카드는 2619억원에서 2767억원으로 5.68%, 삼성카드는 6571억원에서 6858억원으로 4.37% KB국민카드는 6519억원에서 6564억원으로 0.69% 늘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카드론을 확대해왔다. 카드업계는 지난 12년간 가맹점수수료가 수차례 인하되면서 최소 9조2700억원, 많게는 25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적격비용 산정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07년 최대 4.5%에 달했던 가맹점수수료율은 우대수수료율 기준 0.4~1.45%까지 떨어졌다.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의 95.8%로 사실상 대부분 가맹점에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카드론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로 더 이상 카드론을 늘리기도 어렵게 됐다. 6.27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카드론도 신용대출에 포함돼 연 소득 이내로 한도가 제한되고 7월부터는 스트레스 DSR까지 적용되면서 카드론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올해 2월 역대 최고인 42조9888억원까지 치솟았던 카드론 잔액은 올해 5월 42조6571억원을 기록한 이후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9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8375억원으로 전월 말(42조4483억원) 대비 6108억원 줄었다. 이는 지난해 9월 말(41조6869억원) 이후 최소 수준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영세·중소가맹점의 경우 수수료가 낮아질 대로 낮아져 역마진을 보고 있는데다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향후 카드사의 실적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비용 절감을 위해 이른바 ‘혜자카드’를 단종하고 무이자혜택을 축소하는 등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론 평균 대출 금액이 약 800만원 수준에 그치는데 카드론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한도가 다 차버려 카드론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 취약차주의 경우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