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KT 차기 CEO(최고경영자) 후보가 3인으로 압축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보안 강화·AX(AI 전환) 등 KT의 시급한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에 촉각을 기울이면서도, 회사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낙하산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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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KT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
12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추천위원회는 최근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와 비대면 면접 등을 종합 검토해 박윤영 전 KT 사장·주형절 전 대통령실 경제보좌관·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등 3인을 심층 면접 대상자로 확정했다.
이 가운데 박 전 KT 사장과 홍 전 SK쉴더스 대표는 KT 내부 출신인데 반해 외부 인사로 분류되는 주 전 보좌관을 두고 일각에서는 KT CEO 선임 과정에서 반복돼 온 '정치 외풍'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박 전 KT 사장은 30년 넘게 KT에 몸담은 '정통 KT맨'으로 B2B 기반 AI·클라우드·IDC(인터넷데이터센터) 전략을 주도한 경력이 있다. 지난 2023년 김영섭 대표 선임 과정에서도 최종 후보군에 오른 바 있으며 재직 당시 임직원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21년 퇴사 이후 4~5년의 공백은 약점으로 지적되며 B2C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기술통'으로 불리는 홍 전 SK쉴더스 대표는 KT 전신인 KTF에서 전략기획조정실장을 맡아 통신 전략을 디졌다. 또 마케팅부문장 등을 거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삼성SDS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최근에는 SK쉴더스의 대표로 보안 사업 전반을 총괄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현재 KT의 가장 시급한 과제인 보안 강화에 적합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통신 업계를 떠난 지 20년 이상이 경과했다는 점은 고려해야할 점으로 꼽힌다.
외부 인사인 주 전 보좌관은 대표적인 친정권 후보로 불린다. 그는 경쟁사인 SK텔레콤 출신으로, 이재명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 K먹사니즘본부장을 지내면서 이 대통령의 '먹사니즘' 정책을 세웠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활동했으며 김동연 경기지사 체제에서는 경기연구원장을 지냈다. SK텔레콤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는 있지만 여권 친화적 정치 행보로 인해 낙하산 인사 우려가 적잖은 것으로 분석된다.
◆ 정권 교체마다 되풀이되는 '정치 외풍' 논란… "후보 선정 과정 투명히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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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 광화문 사옥./사진=KT 제공 |
업계에서는 KT가 민영화된 지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매번 대표 선임 때마다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대개 정치적 외압은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KT는 민영화된 이후에도 취약한 지분 구조 탓에 정권 교체기마다 CEO가 바뀌는 등 정치적 외풍에 휘둘려왔다. 황창규 전 대표만이 박근혜 정부 당시 KT 수장에 오른 뒤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자리를 지켰다. 나머지 CEO들은 정권 교체 때마다 자리를 내주는 수난을 겪었다. 김영섭 현 대표 역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차기 CEO 선임과정에서 정치 외풍 논란 끝에 선임된 인물이다.
이번 CEO 선정 과정에서도 이미 업계를 중심으로는 친정권 인사를 최종 면접 후보로 남긴 것 자체로 KT 이사회가 정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현재 KT는 무단 소액 결제 사고를 둘러싼 기업 신뢰 문제, AX 가속화 등 시급한 현안들이 산적해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CEO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낙하산 CEO만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T새노조는 입장문에서 "KT의 정치권 낙하산 문제와 내부 권력 유착 비리는 오래된 구조적 문제로,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해선 모든 후보 추천·선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 역량이나 전문성보다 전·현직 임원 네트워크, 정치권과 특정 사외이사와의 관계 등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역시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KT 이사추천위원회는 오는 16일 추가 면접을 실시해 최종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최종 후보는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KT의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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