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회수된 인천~자카르타 노선을 두고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간 경쟁이 뜨겁다. 특히 비즈니스 수요와 관광 수요가 모두 견조한 자카르타 노선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LCC 업계의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 노선을 확보한 항공사는 단거리 중심의 기존 수익 구조를 넘어 네트워크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말 인천~자카르타 노선 운수권 재배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노선에는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4개 LCC가 신규 취항 신청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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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항공 항공기./사진=대한항공 제 |
공정위는 지난해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경쟁 제한이 우려되는 총 34개 독과점 노선에 대해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핵심 내용은 대형항공사가 보유한 일부 슬롯과 운수권을 시장 경쟁을 유지할 수 있는 제3의 항공사(대체 항공사)에게 넘기도록 한 것이다.
공정위는 적격성 검토를 거친 뒤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심의위원회의 평가를 반영해 최종 배분처를 확정한다. 이번에 대체 항공사 이전 절차가 개시된 노선은 미국 인천~시애틀, 인천~호놀룰루, 인천~괌, 부산~괌 등 4개 노선과, 영국 인천~런던, 그리고 인도네시아 인천~자카르타까지 총 6개 국제선이다.
해외 경쟁당국이 이미 인천~호놀룰루 노선의 대체항공사로 에어프레미아를, 인천~런던 노선에는 버진아틀랜틱을 지정한 가운데, 나머지 노선을 놓고 국내 LCC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자카르타 노선은 반납된 노선 중에서도 LCC들의 관심이 특히 높은 노선으로 꼽힌다. 환율 부담과 현지 물가 상승 여파로 수요가 둔화된 괌과 달리 자카르타는 관광·비즈니스 수요가 모두 두텁고, 최근 환승 수요까지 확대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노선은 대부분의 동남아 노선과 달리 운수권 없이는 정기편 취항이 불가능한 비자유화 노선이어서 경쟁 항공사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매력 요인이다.
항공정보포털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동남아 주요 노선 중 인도네시아 이용객은 106만8864명으로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았다.
공정위는 평가 기준으로 서비스 안정성, 운항 인프라, 재무 건전성, 노선 확장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는 방침이다. 경쟁 제한 해소가 목적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아시아나와 동일 그룹 계열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은 심사에서 제외된다.
중대형 기재를 운용할 수 있는 항공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공급석 규모뿐 아니라 재무 여력, 운영 복원력 등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영하던 자카르타 노선의 평균 탑승객이 약 230~240명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중·장거리 운항 능력과 좌석 공급력이 당락을 좌우할 주요 기준이 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발리, 바탐 등 인도네시아 인근 노선 운항 경험이 있고, 이스타항공은 마나도 등지에 취항한 이력이 있다. 다만 두 항공사 모두 B737-8 등 소형 단일 기종 중심이라 7시간 이상 비행하는 자카르타 노선에서 좌석 규모를 키우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티웨이항공은 A330-200·300, B777-300ER 등 300석 안팎의 중대형 항공기를 다수 운영하며 기단 측면에서는 가장 큰 장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앞선 시정조치로 유럽 4개 노선을 배분받아 지난해 8월 LCC 최초 유럽 취항을 시작하면서 장거리 기재 재배치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 부담 요소로 꼽힌다.
에어프레미아는 장거리 중심의 하이브리드 항공사 모델을 강화하며 미국 노선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보유 기재가 8대에 그쳐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대체 투입 여력이 부족해 운영 복원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자카르타 구간은 비행시간이 약 7시간으로 LCC가 단거리 전용 모델로 접근하기에는 제약이 크다. 공정위의 최종 결정은 이르면 이달 말 나올 예정이며, 이번 배분은 단일 노선을 넘어 LCC 업계의 중거리 확장성이 현실화할 수 있는 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카르타 노선은 LCC가 중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하는 시험대"라며 "기단 구성, 인력, 재무 건전성 등 모든 요소가 균형을 이룬 항공사만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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