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실적발표 이후 10% 넘게 급락…증권가 "조정은 매수 기회"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라클 주가가 급락하는 등 곳곳에서 불안정한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호실적을 발표한 브로드컴마저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에도 불구하고 시간외 주가가 하락하는 등 투자심리가 안정되지 않고 있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일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라클 주가가 급락하는 등 곳곳에서 불안정한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때의 흐름으로 그칠 것으로 보였던 소위 'AI 버블론'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현시점 가장 많은 이슈를 생산하고 있는 회사는 오라클이다. 11일(현지시간) 오라클은 전일 대비 24.16달러(10.83%) 하락한 198.85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로써 주가 200달러선이 무너졌다.

현재 시장에서  오라클은 단순한 개별 기업이라기보다는 AI 관련 투자의 불안감과 관련된 흐름을 상징하는 회사로 통한다. 그런 가운데 오라클이 이번에 발표한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하회했다.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소폭 하회했고, 대규모 투자에 따른 우려를 다시금 건드리면서 AI 투자 그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환기시켰다.

'과잉 투자' 우려에 오라클의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2009년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자연히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AI 반도체 수급에도 부정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날(12일) 장의 경우 코스피 지수가 1% 가까운 상승세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이를 잘 보여준다.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은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을 13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13조3730억원을 순매도하며 6개월 만에 포지션을 전환했다. 단, 유가증권시장에서 13조49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코스닥 시장에선 1180억원을 사들였다.

이와 같은 흐름은 미국 내에서 AI 버블론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과 대략적으로 일치한다. 국내 증시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세를 주도하고 있는데, 이 회사들은 AI 버블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곳들이라 미국의 AI 관련 여론이 한국에도 직접적인 여파를 미치고 있는 형세다.

다만 증권가는 여전히 국내 증시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다소 간의 조정은 있더라도 큰 틀에선 우상향할 것이라는 관점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밸류에이션 부담 완화로 불확실성 해소와 투자심리 개선 만으로도 상승 잠재력이 충분하다"면서 "주요 경제지표 및 통화정책 확인 과정에서의 변동성은 비중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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