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탈탄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철강·석유화학·정유 등 산업계의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2040년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처럼 기술적·경제적·구조적 한계 속에서 산업계가 직면한 탈탄소 전환의 어려움과 정부의 지원 필요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산업계 내에서는 탄소감축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독일이나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탄소감축을 위한 대규모 지원에 나선 상태다. 이에 정부도 기업들이 탈탄소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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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계 내에서는 탄소감축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 파이넥스 3공장 전경./사진=포스코 제공 |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유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하이렉스’로 명명했으며, 지난해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개발센터에서는 시험설비 구축은 물론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한다.
기존 고로에서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되던 환원제와 코크스탄을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량의 탄소가 배출된다. 이 때문에 철강산업이 단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이 필수적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고로 공정을 완전히 대체하면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이에 포스코도 수소환원제철 전환 로드맵을 마련하고, 관련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30년에는 상용기술을 확보하고, 2030년대 중반에는 상용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현대제철도 전기로와 고로의 혼합 공정을 통해 탄소감축에 나선다. 전기로 쇳물을 고로 쇳물과 혼합해 기존 고로 쇳물 대비 약 20% 탄소가 저감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을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고속 용융 전기로인 하이-아크(Hy-Arc)에 고로 쇳물을 직접 투입해 기존 고로 쇳물 대비 탄소를 약 40%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수소 기반 제철 공정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석유화학업계 내에서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대표적으로 전기가열로 NCC(나프타분해설비) 전환이 주목받고 있다. 이 설비에는 기존에 화석연료를 사용해 가열하던 공정을 전기로 대체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이 적용된다.
또 바이오연료 투입을 확대해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 기반 원료를 일정 비율로 혼합해 공정을 운영하면 탄소배출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탄소 감축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은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구축한 상태로, 이를 실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탄소감축 목표 상향은 더 빠르게 탄소감축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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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 전경./사진=포스코 제공 |
◆해외 지원 사례 대비 부족…“종합적인 지원책 필요”
이처럼 산업계 내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함에 따라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련 기술의 상용화에는 막대한 투자 비용이 발생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수익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투자 비용은 큰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산업계 내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탄소감축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현재 정부의 지원 규모는 해외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수소환원제철의 경우를 보면 지난 6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 개발사업’에 내년부터 2030년까지 총사업비 8146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 전환 비용이 포스코만 54조 원, 업계 전체로 보면 6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현재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조 단위의 지원에 나선 상태다. 독일은 10조 원 이상을 철강업계 탈탄소에 지원하며, 미국에서도 약 8조5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산업계 전체로 봐도 해외에서는 막대한 자금 지원에 나섰다. 일본은 녹색 전환을 위해 민간 자본과 함께 10년간 150조 엔 이상(약 142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철강·석유화학 부문의 탈탄소 공정 전환을 위해 3조 엔(약 28조4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독일도 철강·석유화학 등의 산업의 탈탄소를 위해 60억 유로(약 10조4000억 원)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국내 산업계는 우리 정부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재정·정책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이 단독으로 수 조원 규모의 탈탄소 설비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수소 인프라 구축, 전기 사용량 확대에 따른 송배전망·저장설비 보급 확대, 정부 주도의 저탄소 시장 창출 등도 요구하고 있다.
또 정부가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K-녹색 전환 추진전략’을 수립한다는 계획인 만큼 각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계는 탄소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산업 현장의 현실과 기술적 여건을 면밀히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산업계 전체적으로 정부와 발을 맞춰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정부도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 전략을 마련한다면 산업계 전반의 탈탄소 전환이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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