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도시'서 중국 킬러 '청리' 역으로 시청자들에 확실히 각인
중국 드라마와 영화서 활약하다가 2023년부터 본격 국내 활동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탕후루 하나 입에 물고 이국의 섹시함을 한껏 뿜어내며 묘한 분위기로 등장한 여자. 킬러라고 하기에는 매혹적인 모델의 모습으로 등장한 낯설음. 그렇게 배우 이현진이 우리들의 눈에 훅 들어왔다. 낯설고 오묘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각도시'에서 어쩌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가 있다면 이현진일 것이다. 사실 이 드라마가 시작된 후에도 수많은 시청자들은 "누구지?"하는 질문을 품었다. 어디서 본 듯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낯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인의 어리숙함 보다는 마치 진짜 중국에서 데리고 온 냉혹한 킬러 같은 느낌의 그런 낯설음이었다. 그러나 극 곳곳에서 이현진은 명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 '조각도시'에서 냉정하지만 매력 넘치는 중국인 킬러 '청리'로 활약한 이현진 배우. /사진=본인 제공


이현진은 '조각도시'에서 이른 바 '탕후루 킬러' 청리로 단박에 각인됐다. 출연 분량이 많은 것이 아님에도 그가 등장하는 씬 하나 하나가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조각도시'를 본 사람들 모두가 이현진을 한국 배우가 아닌, 당연히 중국 배우라고 생각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이현진은 지난 2023년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에 등장하기 전까지 국내가 아닌 중국에서 활동하던 모델이자 배우다. 11살이던 2006년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건너간 후 베이징에 있는, 중국 방송인 양성에 특화된 중국전매대학에서 아나운서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2015년부터 중국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고, 마침내 2023년 한국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조각도시'는 한국에서 그가 출연한 두 번째 작품. 그리고 이 '조각도시'를 통해 단번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래는 이현진 배우와 '조각도시'에 대한 일문일답

Q. ‘조각도시’를 마친 소감

A. 감회가 남다르다. 작품을 사랑해 주시고 특히 ‘청리’라는 캐릭터를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큰 힘이 되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청리 역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큰 과제였다. 처음 맡아보는 킬러 캐릭터였기에 액션부터 감정까지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배우로서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 이현진은 '조각도시'를 촬영하는 내내 강력한 액션으로 무장한 킬러 캐릭터를 위해 자기최면을 걸기도 했다. /사진=디즈니+ 제공

Q. 청리를 연기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A. 청리라는 배역을 처음 만났을 때, ‘이 인물이 가진 세계관과 감정 구조가 무엇일까’를 가장 먼저 고민했다. ‘이 친구는 왜 사람을 죽이는 걸 즐길까?’, ‘요한과 유모와는 어떤 관계일까?’,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요한의 지시 아래 움직일까?’ 등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청리라는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어떤 감정으로 그 순간들을 살아가는지 설득되는 과정이 필요했다. 결국 내가 먼저 청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만 관객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은 액션이었다. 청리가 싸울 때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존재감 그 자체가 강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책임감을 가지고 운동을 시작했고 근력과 칼 액션, 발차기 등 다양한 기술을 최봉록 무술 감독과 함께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덕분에 청리만의 움직임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Q. 도경수, 지창욱 배우와 함께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A. 두 분 모두 너무 프로페셔널하고, 평소에 제가 정말 좋아하던 선배들이라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다. 혹시라도 실수해서 폐가 되면 안 되니까 행동 하나하나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액션 장면을 함께 맞춰보면서 합도 매우 잘 맞았고, 선배들의 배려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Q. 촬영 중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한다면?

A. 청리 첫 등장 장면의 장소는 버려진 허름한 창고 같은 곳이었다. 그날 바깥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을 만큼 추웠다. 그런데 청리의 의상이 굉장히 얇고, 짧은 반바지를 입은 상태였다. 거기다 차가운 피를 묻힌 채 걸치고 있던 자켓까지 벗어던져야 하는 장면을 촬영해야 했다.

   
▲ 드라마 속 배역과는 전혀 다른 매혹적인 외모를 지닌 이현진은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대학을 다녔고, 중국에서 활약해 왔다. /사진=본인 제공

몸이 저절로 떨릴 정도로 추웠지만, 액션이 시작되는 순간만큼은 ‘청리는 추운 걸 못 느낀다’라는 자기최면과 집중력으로 버텼다. 눈물이 날 정도로 추웠지만, 촬영에 몰입하다 보니 그 상황을 기억 못 할 만큼 정신없이 지나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 장면을 찍었는지 신기할 정도로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은?

A. 청리가 요한의 가족들을 몰살한 뒤, 유모에게 칼을 쥐어주며 직접 찌르도록 유도하는 장면이었다. 장면 자체가 잔혹한 ‘마지막 만찬’처럼 연출되어 있었는데 그 분위기부터 굉장히 강렬했다.

특히 앞이 보이지 않은 유모에게 청리가 아주 친절하게 손에 칼을 쥐어주고 “단숨에 깊게”라는 중국어 대사와 함께 방향까지 안내했다. 그 행동이 오히려 더 섬뜩하고 잔혹하게 느껴지는데 바로 그 역설적인 친절함이 청리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드러내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Q. 전에 한 인터뷰에서 액션 배우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는데 직접 해보니 어땠는지?

A. 정말 재미있었다. 액션 연습을 하면서 멍이 들고 몸이 많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매 순간 새로운 걸 배우는 느낌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동작을 만들고, 캐릭터에 맞는 움직임을 찾아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최근에 완성된 장면들을 실제 화면으로 보면서 더 뿌듯해졌고, 스스로도 액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도전을 했지만 더 과감하고 더 강렬한 액션 캐릭터도 욕심이 난다.

Q. 액션 배우라는 꿈을 이뤘는데, 앞으로는 어떤 장르나 배역에 도전하고 싶은지?

A. 장르와 배역의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을 살아보고 싶다. 이번에는 악역이었지만 정의로운 형사처럼 선한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고, 로맨스처럼 감정의 결을 깊게 다루는 장르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결국 내 목표는 한 장르에 머무르기보다 배우 이현진이 얼마나 폭넓게 변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꾸준히 준비하면서, 그 기회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Q. 최근 본 다른 작품이나 배역 중에 해보고 싶은 역이 있는지?

A. 요즘 ‘모범택시’라는 작품을 보고 있다. 선한 인물이 가진 강한 힘이 참 흥미롭게 느껴졌다. 주인공이 누구보다 정의로운데 악을 물리치는 방법이 선과 악, 합법과 불법 그 중간을 묘하게 탄다. 이처럼 멋있지만 살짝 코미디가 섞여있는 형사나 프로파일러 같은 역할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면 완전히 반대 결의 순한 로맨스 캐릭터도 도전해보고 싶다. 칼 들고 뛰어다니던 킬러 ‘청리’가 꽃을 들고 사랑을 고민하는 역할로 변신한다면 그 갭이 재밌지 않을까?(웃음) 

   
▲ 이현진은 장르나 특정 배역에 국한되지 않은 폭넓은 연기로 활동할 계획이다. /사진=본인 제공

Q. 앞으로 활동 계획 or 10년 후 나의 모습은 어떨지 얘기해 달라.

A. 구체적인 목표 하나를 정해 두기보다, 꾸준히 도전하는 배우이고 싶다. 10년 후에 ‘어떤 모습일 것이다’라고 예측되는 배우가 되기보다는 그때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며 경험을 쌓고, 보는 분들이 ‘다음엔 또 어떤 모습일까?’라고 기대할 수 있는 배우, 그리고 언젠가 대중들에게 “이현진, 참 괜찮은 배우네”라는 말을 듣는 것. 앞으로 내가 10년 동안 노력해야 할 꿈일 것 같다.

Q. ‘조각도시'를 애청한 시청자에게 한 마디
 
A. 청리를 사랑해주시고 ‘조각도시’를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작품은 나에게 큰 도전이었지만 시청자들의 응원 덕분에 그 도전이 큰 보람으로 남았다. 새로운 걸 시도할수록 작품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다. 그래서 ‘조각도시’는 나에게 더욱 특별한 작품이 되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