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쿠팡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17일 열리는 국회 과방위 청문회에 김범석 쿠팡 의장과 박대준·강한승 전 쿠팡 대표가 모두 불참한다. 핵심 증인이 빠진 자리는 쿠팡Inc 법률총괄을 맡았던 해롤드 로저스 신임 대표가 대신 채웠다. 쿠팡이 취임 1주차 법률 전문가를 방패막이로 내세우면서 시작 전부터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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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범석 쿠팡 의장./사진=쿠팡 제공 |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범석 쿠팡 의장은 오는 17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 참석을 거부했다. 김 의장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는 관계로 청문회 출석이 불가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사임한 박대준 전 쿠팡 대표와, 지난 5월까지 각자대표 체제로 쿠팡 경영관리총괄을 맡았던 강한승 전 대표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박 전 대표는 현재 사임해 회사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과 건강상 이유를, 강 전 대표는 유출 사건 발생 전 사임해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불출석 사유로 들었다.
김 의장은 쿠팡 Inc 의결권 70%를 보유한 실질적 경영자로, 쿠팡 경영과 관련된 주요 결정을 내려왔다는 점에서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꼽힌다. 이번 유출 사건의 단초가 장기간 지속된 쿠팡의 총체적 보안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만큼, 박 전 대표는 물론 강 전 대표 역시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사건의 핵심 책임자 3명이 모두 불출석을 통보하면서, 청문회 시작 전부터 질의가 공회전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을 대신해 출석하는 해롤드 로저스 신임 대표가 쿠팡 내부에서 ‘법률통’으로 통했던 만큼,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기 보다 법적 리스크 최소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로저스 대표는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변호사로, 2020년 1월 쿠팡에 합류해 최고관리책임자(CAO)를 거쳐 2021년 12월부터 법무총괄을 맡았다. 쿠팡 Inc에서는 김범석 의장에 이은 2인자이자 ‘김범석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저스 대표가 김 의장의 측근인 만큼, ‘김범석 책임론’ 차단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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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사진=쿠팡 제공 |
앞서 박 전 대표는 국회 현안 질의에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핵심 질의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며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번 청문회에도 김 의장과 박 전 대표 등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한 상황에서, 로저스 대표의 답변도 쿠팡의 법적 책임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향후 이어질 수사 및 소송 국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꼬투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법률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쿠팡의 대응에 90%에 육박하는 매출을 한국에서 올리고 있음에도 정작 책임은 뒷전에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의장은 지난 10년간 국회에서 5차례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한 번도 응한 적 없다. 지난 2015년 ‘갑질’ 논란 및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자 “농구를 하다 다쳐 거동이 불편하고, 긴바지를 입을 수 없는 상태”라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김 의장은 이후에도 물류센터 노동자 및 배달기사 과로사, 독과점 및 불공정 거래 의혹 등으로 출석을 요구받을 때마다 해외 체류와 출장 등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치권은 일제히 김 의장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최민희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4일 SNS에 “쿠팡 청문회 불출석을 ‘불허’한다”면서 “(불출석 사유가) 하나같이 무책임하고 인정할 수 없는 사유들이다. 과방위원들과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민안보 위기를 초래한 쿠팡 책임자들이 청문회를 피할 궁리만 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무책임에 대한 더 큰 국민적 분노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기반을 둔 다른 기업이었다면 국회 출석 요구에 쿠팡처럼 안하무인의 태도로 대응할 순 없었을 것”이라며 “국민 대다수가 피해를 입은 이번 사건에서조차 미국 법인과 국적을 앞세워 책임을 회피한다면, 국내 소비자에겐 신뢰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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