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해외 물류시설 40곳·항만터미널 10곳 확보 추진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해양수산부는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에 대응해 2030년까지 4조 5000억 원+α를 투입하고 해외 공공지원 물류시설 40곳과 해외 항만터미널 10곳을 확보하는 ‘글로벌 물류공급망 거점 확보 전략’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 글로벌 물류공급망 거점확보 전략 인포그래픽./사진=해양수산부


정부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지분 투자에 나서는 방식으로 해외 물류 기반을 선점하고 물류기업의 해외 진출 전 과정을 패키지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글로벌 물류 시장은 미국발 관세 인상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홍해 분쟁 장기화, 기후 위기 심화가 겹치며 공급망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 월드뱅크가 발표하는 글로벌 공급망 스트레스 지수는 올해 들어 팬데믹 당시 수준에 근접하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글로벌 주요 물류기업과 선사들은 물류 인프라와 컨테이너 터미널을 공격적으로 확보하고 전후방 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확대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글로벌 상위 10대 물류기업이 보유한 물류센터 면적은 25% 이상 증가했고 전 세계 컨테이너 터미널 가운데 글로벌 선사와 계열사의 점유율은 2018년 32%에서 2024년 49%로 급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도 불구하고 물류 분야의 해외 투자와 자산 확보 수준은 낮은 편이다. 최근 5년간 물류 분야 해외직접투자는 7억 달러로 제조업의 40분의 1 수준에 그쳤고 국내 주요 물류기업이 운영 중인 해외 물류센터 가운데 소유권을 확보한 비중도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 파산 이후 우리 기업이 보유한 해외 컨테이너 터미널은 12곳에서 7곳으로 줄어 주요 해상운송 경로 내 항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입 경제를 뒷받침하는 글로벌 물류 공급망 확보’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해외 물류 거점 선점에 나선다. 우선 미국,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태국, 독일, 폴란드, 헝가리 등 11개국을 글로벌 물류 거점 국가로 선정해 물류창고와 컨테이너 야드, 철도 터미널, 내륙 물류기지 등 보관·처리 시설 투자를 집중 지원한다. 항만공사와 해양진흥공사가 참여하는 공공지원 해외 물류시설은 현재 9곳에서 2030년까지 40곳으로 확대된다.

컨테이너 터미널 분야에서는 정부와 국적선사, 해양진흥공사, 항만공사, 국적 운영사가 참여하는 컨테이너 터미널 확보 협의체를 구성해 투자처 발굴과 해외 진출 전략을 공동으로 마련한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1조 원 규모의 글로벌 컨테이너 터미널 투자 펀드를 조성해 해외 터미널 지분 확보에 나서고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터미널 운영을 전담하는 가칭 K-GTO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에너지와 곡물, 광물 등 전략 화물과 관련해서는 해외 벌크 터미널 확보 시 공공기관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또한 친환경 선박연료 인프라 펀드 1조 원을 활용해 국내 노후 터미널 현대화를 지원하는 등 핵심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도 병행한다.

물류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전 주기 지원체계도 강화된다. 해외 진출 검토 단계에서는 공공부문이 실수요를 반영한 현지 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타당성 조사와 컨설팅 지원 한도를 기업당 최대 2억 원으로 상향한다. 투자 단계에서는 해양진흥공사가 운용하는 글로벌 물류공급망 펀드 규모를 1조 원에서 2조 원으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중소·중견 물류기업 전용 블라인드 펀드는 2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늘린다. 안착 단계에서는 현지 규제 대응과 화주 확보, 인력 채용 등 경영 애로 해소를 공공부문이 함께 지원한다.

이와 함께 정부와 해양진흥공사, 항만공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물류기업 등이 참여하는 K-물류 협의체를 상시 운영체계로 개편해 기업 애로를 점검한다. 4개 항만공사가 공동으로 해외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항만공사법 개정을 통해 해외 사업 범위와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허만욱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 물류 거점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라며 “2030년까지 해외 물류 인프라와 항만터미널을 전략적으로 확보해 우리 물류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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