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 발표
2035년까지 온실가스 518만 톤 감축 목표
부문별 지원 확대·인센티브·제도개선 등 추진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부가 탈탄소화를 위해 연료를 태우지 않고 공기·땅·물 등 주변의 열을 끌어와 난방이나 냉방에 사용하는 장치인 ‘히트펌프’ 보급을 최대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열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절반을 차지하고 상당 부분 화석연료로 생산되고 있는 주요 탄소 배출원으로 시급한 탈탄소화가 필요한 분야다. 때문에 정부는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난방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을 열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실행 과제로 제시했고, 그 핵심을 히트펌프 보급 확대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 대를 보급해 온실가스 518만 톤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TF를 통해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히트펌프는 열원에 따라 공기열·지열·수열 히트펌프로 구분되며, 냉매를 열 흡수(증발), 압축기를 거쳐 고온의 기체상태 변환, 열 방출(응축), 열 흡수 전 팽창밸브에서 압력 저하의 과정을 반복하는 원리로 작동된다. 기존의 화석연료 보일러 대비 높은 에너지효율로 난방뿐만 아니라 냉방 및 온수 공급 등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직접 연소하지 않아 이산화탄소 직접 배출이 없어 친환경적이며,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 대비 운영비용은 상대적으로 낮아 고효율의 난방 에너지로 유럽이나 북미 시장에서도 각광을 받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보급 환경은 녹록지 않다. 국내 난방에너지 공급은 가스 위주 정책 기조로 주로 도시가스, 지역난방 형태로 공급되고 있으며 이는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해 초기 설치비용이 높은 히트펌프로의 전환 수요가 저조하다는 게 문제다.

또한 국내 대다수의 주거유형인 공동주택에 바닥난방을 함께 해야 해 설치공간을 확보해야 하며 주택의 하중이 증가할 수 있어 이에 따른 건축법상 공동주택 설계기준도 변경해야 한다. 

아울러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운영에 부담을 느낄 수 있어 관련 지원책과 공기열이 재생에너지로 인정받아야 공공기관 공급 의무 등에 적용돼 제도적 충족 기준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히트펌프 보급 확대를 위해 부문별·단계별 보급 확대 지원책과 함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보조사업을 축소하는 등의 제도 개선과 관련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보급을 최대한 늘리는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 히트펌프 중심의 미래 청정열 네트워크 개념도./자료=기후부


도시가스 미보급·단독주택·공동시설부터…우선 지원 확대

히트펌프 보급 확대는 일정 부분 비용을 수반하다보니 부문별·단계별로 지원을 통해 보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태양광이 설치된 단독주택, 마을회관 등 공동시설에 태양광과 히트펌프를 함께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노인 요양보호소 등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사회복지시설에 히트펌프 설치를 지원하고, 화훼, 채소 등 시설재배농가에서 히트펌프를 난방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농업용 난방시스템 전환도 지원한다.

목욕탕과 수영장 등 난방 및 급탕 수요가 높아 에너지 소비가 많은 업종 대상으로 히트펌프 설치비 보조와 장기저리 융자 지원을 확대하며, 학교나 청사 등 공공시설에 히트펌프, 태양광 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건물자립형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한다.

이와 함께 예산 지원사업의 성과 검토 후 2027년부터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내년부터 장기분할상환요금제 등 금융 지원도 검토한다. 제조업체·에너지플랫폼사 등 히트펌프를 일정기간 대여, 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해당기간 동안 대여비, 관리서비스 비용을 포함해 지급하는 일명 ‘구독 서비스’ 방식이 고려된다. 

농촌지역, 주거시설 등의 히트펌프 설치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서는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 크레딧을 부여키로 했다.

인센티브로 보급 촉진…법적 지원 근거·가정용 히트펌프 전기요금체계 마련

히트펌프 보급을 촉진할 인센티브도 전방위적으로 늘린다.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같이 공기열을 재생에너지 종류 중 하나로 포함할 수 있도록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등을 개정하고, 히트펌프 보급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고효율에너지기자재 보급촉진에 관한 규정’ 등 관련 규정을 정비키로 했다.

바닥난방을 선호하는 국내 주거 여건을 고려해 가정용 고효율 히트펌프(공기-물)에 대한 국가표준(KS) 인증, 환경표지 인증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주택용 누진제 적용에 따른 요금 급증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공기열 히트펌프도 지열 히트펌프처럼 일반용 등 별도의 요금 선택을 허용하는 방안의 전기요금 체계도 마련한다.

신축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시 히트펌프로 생산하는 열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제도와 연계해 히트펌프 보급 시 에너지 절감 실적에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평가체계도 준비한다.

또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히트펌프 사용을 권장할 수 있도록 건설기준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건축물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상 난방설비에 히트펌프를 신설키로 했다.

화석연료 중심체계 개편…보조금·규제 정비, 소비자 선택권 강화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보조사업은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고효율 히트펌프 보급 사업으로 단계적 전환한다. 기존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현황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 후, 축소 및 전환 방안에 대해 관계부처 지속 협의를 추진키로 했다.

도시가스 등 비전기식 냉방설비 설치 의무를 축소하고, 전력피크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전력 부하를 제어할 수 있는 전력수요관리형 히트펌프는 비전기식 냉방설비에 포함해 히트펌프 설치를 유도한다.

신축건물 난방을 히트펌프 또는 가스 등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주택 및 도시가스 관련 법령 개선 협의를 내년부터 다각도로 추진한다.

산업생태계 기반 구축…대용량·초고온 등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 추진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용도의 히트펌프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에 공동주택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대용량 히트펌프와 산업공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초고온·대용량 히트펌프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일부 아파트에 실증을 추진하는 시범사업을 통해 기술을 검증한다.

이외에도 소비전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한랭지 운전성능 강화 기술개발과 해수를 이용해 200℃ 이상의 고온 스팀 생산용 개발, 신소재를 활용한 장시간 열저장 기술, 맞춤형 설계·운전기술 개발, AI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고효율 냉매 개발 및 히트펌프 적용·검증 기술개발과 실증도 시도된다. 

히트펌프산업협회(가칭)를 신설해 히트펌프 산업 전반의 통계를 구축하고,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개발·실무기술·유지관리 등 분야별 전문 인력 양성도 지원한다.

아울러 히트펌프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을 위해 가정·사업장 등 이해관계자 맞춤형 홍보프로그램을 제작·운영하고,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홍보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건물부문 탄소중립은 시대적 소명으로 이번 대책이 건물부문 탈탄소 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나아가 탈탄소 전환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모두 고려한 열에너지 전반의 청사진을 조속히 마련해 국민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