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K-푸드 원산지 기준 완화로 수출 여건 개선
비자 제도 정비로 전문인력 이동 확대, 공급망 협력 강화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협상이 타결됐다. 자동차와 K-푸드 등 우리 주력 수출품에 대한 원산지 기준이 완화되면서 대영 수출 여건이 개선되고 영국 고속철도 시장 개방과 서비스·정부조달 분야 접근성 확대도 이뤄졌다. 전문인력의 영국 입국과 일시 체류를 지원하는 비자 제도 정비와 함께 디지털 무역과 공급망 안정화 협력 등 신통상 규범도 협정에 포함됐다.

   
▲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부장관이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 타결을 발표한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영국 런던에서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장관과 함께 한-영 FTA 개선협상 타결을 선언하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한-영 양국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교역과 투자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2021년 한-영 FTA를 체결했다. 이후 협정 발효 후 2년 이내 후속 협상을 추진하도록 한 조항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6차례 개선협상과 5차례 통상장관회담을 진행해 왔으며, 지난 6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연내 타결에 합의한 뒤 이달 서비스·투자 분야 추가 협상에서 쟁점을 최종 해소했다.

이번 개선협상의 핵심 성과는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의 원산지 기준 완화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영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6% 수준으로, 기존에는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당사국에서 55%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했음을 입증해야 했다. 개선협상에서는 이 기준이 25%로 낮아지면서 무관세 적용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리튬과 흑연 등 수입 원료 가격에 따라 부가가치 산정이 크게 달라졌는데, 기준 완화로 우리 기업의 FTA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K-푸드와 K-뷰티 등 수출 유망 품목도 혜택을 받는다. 화장품 등 화학제품은 화학반응, 정제, 혼합 등 공정이 당사국에서 이뤄질 경우 무관세 적용이 가능해졌고, 만두와 떡볶이, 김밥, 김치 등 가공식품도 주요 원재료를 제3국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생산하더라도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조달 분야에서는 영국이 고속철도 시장을 추가 개방하기로 하면서 그동안의 개방 불균형이 해소됐다. 서비스 시장에서는 우리 기업 경쟁력이 높은 온라인 게임 분야가 추가로 개방돼 유럽 진출 확대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기반의 신서비스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의 영국 진출 여건이 개선됐다.

비자 제도 정비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영국 내 제조 공장 설립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한국 엔지니어와 기계·설비 유지·보수 전문인력의 원활한 입국을 지원해 현지 인력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을 예방하기로 했다. 기술 인력 비자 취득 과정에서 장벽으로 작용하던 영어 능력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 비자 유형 활용도 가능해졌으며, 본사 인력뿐 아니라 협력업체 인력도 서비스 계약을 통해 영국으로 초청할 수 있도록 했다. 바이오와 정보기술 분야 전문인력의 체류 요건과 절차도 간소화된다.

신통상 규범 분야에서는 디지털 무역 규범과 AI 협력이 대폭 강화됐다.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자유화와 컴퓨팅 설비 현지화 요구 금지, 소스 코드 제출 요구 금지, 온라인 소비자 보호 규범 등이 새로 반영됐다. AI 분야에서는 기술 선도국인 영국과 연구개발 협력과 투자 확대, 정책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급망 협력도 체계화된다. 희토류와 요소수, 배터리 등 핵심 원자재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협력 챕터를 신설하고, 공급망 교란 발생 시 양국이 지정한 핫라인을 통해 10일 이내 긴급회의를 열어 정보 공유와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AI와 자율주행차, 생명공학, 첨단 제조 분야 협력을 논의하는 ‘한-영 혁신위원회’도 신설된다.

여한구 본부장은 “이번 개선협상 타결은 보호무역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통상 환경에서 자유시장 질서를 공고히하고 유럽 내 핵심 파트너인 영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법률 검토와 국회 비준 등 협정 발효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