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 큰 폭 축소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서학개미들의 전투력도 약화되는 모습이다. 환율 부담에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도 힘이 빠지고 있다. 

   
▲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약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 6∼12일 미국 주식을 2억2828만달러(약 3373억원) 순매수 결제했다.

일주일 전 10억786만달러(약 1조4893억원) 순매수 결제했던 것과 비교하면 77.35% 감소한 수준이다. 

2주 전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더 가파르다. 2주 전 순매수 결제액은 13억6996만달러(약 2조244억원)에 이른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세는 여전한 모습이지만 규모 자체는 크게 축소된 모습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면서 미국 주식 매수를 위한 환전에 부담을 느낀 국내 투자자가 투자 규모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1468.8원에서 1473.7원으로 4.9원 상승했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1477.0원을 기록해 1480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환율이 지속해서 오름세를 보이자 외환 당국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14일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가 휴일 오후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은 그만큼 외환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만 당국은 회의 결과에 관해 별도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문정희·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지난주 AI(인공지능) 버블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진 가운데, 역내 달러 수요 우위 등 수급 불균형까지 가세하며 환율이 재차 1470원대로 상승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주에는 미국 고용 지표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다”며 “미국 고용 부진과 함께 ECB와 BOJ의 매파적 정책 기조가 확인될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와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부각되면서 달러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시장 우려와 달리 매파적 금리 인하보다는 비둘기적으로 해석되며 달러화 약세 압력이 확대됐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중 고점 수준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외환 당국의 개입 여부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이번 주에는 일본은행 통화정책과 AI 버블 논란 확산 등이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면서 이번 주 원·달러 환율 밴드로 1450원에서 1490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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