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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병원 앞까지 당도한 시위대 측은 주최 측의 요구에 따라 연신 함성을 내지르는 한편, 그들이 점거한 노상에서는 음식을 벌려놓고 취식하면서 술판을 벌였다. 사진은 서울대병원 앞에서 폴리스라인 앞에 도열한 경찰벽과 마주한 민중총궐기 시위대./사진=미디어펜 |
[미디어펜=김규태·한기호 기자] 주말인 5일 서울 도심에서 지난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의 후속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의 집단적인 불법폭력 행위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위행진 과정 곳곳에서 욕설과 몸싸움이 일어났다. 서울대병원 앞 최종 농성장에서는 술자리와 고성이 오고 가기도 했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4시 넘어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출발, 지난 14일 집회 당시 다쳐 중태 상태인 백남기 씨(69)가 입원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까지 행진에 나섰다.
집회에선 일찍이 우려됐던 시위대 및 경찰 간 집단폭력사태가 빚어지지 않았지만 서울 도심 일대 도로 점거, 노상 술판 등 시민 불편을 계속해서 자아냈다. 몇몇 시위대 및 이를 지적하는 시민들 사이에는 폭언과 욕설이 오가는 등 불편한 모습이 드러났다.
이날 오후 3시경 종로구 금융위원회 건물 주변 횡단보도에서는 깃발을 든 시위대 수백 명이 서울광장 방향으로 행진 중 횡단보도를 무단횡단하면서 교통 불편을 자아냈다. 정의당의 정당 연설이 끝난 후 해당 인파가 서울광장 쪽으로 무단횡단을 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교통흐름을 막은 것이다. 행렬이 끊이지 않는 시위대를 향해 한 차량 운전자는 경적을 5~6번 울리며 항의했다.
한편 시청 앞에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반대를 주장하는 일부 시위대 틈바구니에서 한 시민이 집단 욕설을 당하기도 했다. 대규모 집회로 인한 통행 불편과 안보관 등 인식 차이로 불만을 제기한 이 시민에게는 다수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정권의 노예”, “미친X” 등 욕설을 쏟아냈다.
집회 후 서울대병원까지 행진 시작
시위대와 시민 간 잦은 충돌 일어나
시청 앞 서울광장 집회가 끝난 오후 4시40분께 시위대는 무교로→모전교→청계남로→광교→보신각→종로2∼5가→대학로→서울대병원후문까지 3.5㎞ 구간에 걸친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2개 차로를 내주고서 교통 소통 위주로 관리했다.
이 과정에서도 시위대와 시민 간 충돌이 포착됐다. 시위 행렬을 지켜보던 박모씨(58)는 “박근혜 퇴진은 김정은이 하는 말 아닌가”라며 “왜 도로를 점거하고 마비시키는 것인가. 이게 국력소모이다. 나라의 기운을 빼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시위대 측에서 흰색 마스크를 쓴 마른 체격의 남성이 박 씨에게 접근해 위협적인 언사를 보였고, 기자와 다른 시민의 만류로 양측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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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인 5일 서울 도심에서 지난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의 후속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의 집단적인 불법폭력 행위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위행진 과정 곳곳에서 욕설과 몸싸움이 일어났다./사진=미디어펜 |
떨어진 직후 다른 시위대로 보이는 큰 체격의 남성이 박 씨에게 달라붙어 욕설과 함께 “저리 가있으라”며 위협하자, 박씨는 “한 번 쳐 보라”며 항의했다. 몸싸움과 함께 서너 차례 험한 말을 주고받은 양측은 기자와 시민들이 말리고 나서야 떨어졌다.
종로5가역 부근 교차로에선 서울대병원 방향으로 가기 위해 왼쪽으로 꺾는 시위 행렬이 끊이지 않자 경찰 측이 한두 차례 시위대 통행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소요가 일어나기도 했다.
교차로에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오도 가도 못 하는 가운데, 시위대 중 한 명은 “누가 지시한 거냐”며 경찰 측에 욕설하면서 달려가 항의했고 다른 시위대도 “어차피 (시위대가) 지나갈 걸 왜 막냐고” 고성으로 불만을 표했다. 통제 작업 중이던 한 경찰관은 시위 행렬이 너무 긴 탓에 멈춰선 차량들을 보내려면 통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병원 앞 함성 내지르는 시위대
점거한 도로 상에서 술판 벌여
서울대병원 앞까지 당도한 시위대 측은 주최 측의 요구에 따라 연신 함성을 내지르는 한편, 그들이 점거한 노상에서는 음식을 벌려놓고 취식하면서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병원 앞과 혜화역 부근 일대의 시민들과 차량의 통행은 준 마비상태에 빠졌다.
시위대는 촛불문화제를 가진 뒤 오후 8시10분께 해산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1차 집회와 달리 폭력사태가 벌어지지 않은 점이다. 시위대 측이 ‘청와대 행진’을 택하지 않았고 일명 ‘복면금지법’에 자극 받은 시위대가 복면 시위에 집중, ‘쇠파이프’가 등장하지 않은 덕이다.
이는 지난 집회가 익명성과 결부된 폭력시위 그리고 경찰 측의 과잉진압 논란에 휩싸이자 정부·여당에선 복면금지법 입법까지 거론됐고, 사회 곳곳에서 평화시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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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에선 일찍이 우려됐던 시위대 및 경찰 간 집단폭력사태가 빚어지지 않았지만 서울 도심 일대 도로 점거, 노상 술판 등 시민 불편을 계속해서 자아냈다. 몇몇 시위대 및 이를 지적하는 시민들 사이에는 폭언과 욕설이 오가는 등 불편한 모습이 드러났다./사진=미디어펜 |
주최측을 지지하는 야당에서도 복면금지법 입법에는 반대하면서도 이날 주최측에게 ‘평화시위’를 거듭 독려한 한 영향도 있어 보인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후 정당연설에 나서 시위대 측에 “물대포 근처에도 가지 말고, 경찰차벽을 보면 돌아서자”며 평화시위를 당부했다.
아울러 전·의경 청년들의 부모들이 시위 현장 감시에 나섰고 광화문 광장 동화면세점 앞과 동아일보 신문사 근처 등에서 폭력시위 규탄하려는 시민들이 목소리를 낸 것도 기여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전보다 성숙한 시위문화를 보였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이날 집회에 참여한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정부 규탄에 치중하며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을 했다는 지적도 일어나고 있다.
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평화지킴이’ 자격으로 집회에 참여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명박·박근혜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퇴행하면서 평화 시위도 과거 독재시절로 되돌아갔다”며 “민주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정부가 평화적 집회 시위를 보장하면서 평화시위 문화가 빠르게 정착됐다”고 했다.
문 대표의 해당 발언은 최근까지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필두로 일어난 폭력시위에 대한 비판 없이, 현재의 집회 시위 양상이 보수정권의 전유물이라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 같은 태도를 두고 새누리당은 “야당은 불법·폭력 시위에 대처하려는 공권력에 대해 ‘공포분위기 조성’ ‘민주주의의 퇴행과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 등의 악의적 표현을 일삼고, 자신들의 행위는 미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장외투쟁 행보에 대해서도 “국회가 아닌 장외에서 반정부 투쟁에 골몰하는 행위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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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 앞 서울광장 집회가 끝난 오후 4시40분께 시위대는 무교로→모전교→청계남로→광교→보신각→종로2∼5가→대학로→서울대병원후문까지 3.5㎞ 구간에 걸친 행진을 시작했다./사진=미디어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