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에 연장 가능성 낮아…자동차 업계 타격 불가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올해를 끝으로 종료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수년간 반복 연장되며 사실상 상시 정책처럼 운영돼 왔지만, 세수 여건 악화로 정상화 논의에 다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인하 조치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차량 구매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자동차 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승용차 개소세는 기본 세율 5%를 3.5%로 낮춘 인하 조치가 적용되고 있다. 해당 조치는 연말 일몰을 앞두고 있으며, 정부는 아직 연장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세수 결손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감세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기류가 재정 당국을 중심으로 감지된다.

올해 완성차 업계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보호무역 기조에 따른 관세 장벽 영향으로 수출에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내수 역시 소비 물가 상승으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개소세 인하 조치가 사라지면 내수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지난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 6년째 연장된 개소세 인하…세수 펑크에 정상화 논의

개소세 인하 조치는 신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년 연말마다 반복적으로 부각돼 온 핵심 변수다. 일몰 시점이 다가올 때마다 연장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연말 이전 출고 여부에 따라 구매 시점을 조정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자동차 개소세 인하는 내수 진작을 목적으로 여러 차례 연장돼 왔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말까지는 신차 출고가의 5%인 기본 세율을 3.5%로 낮춰 적용했고,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심화된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는 한시적으로 1.5%까지 인하했다. 이후 같은 해 7월부터 3.5%를 다시 적용한 뒤 6개월 단위로 연장을 반복해 왔다.

다만 세수 부족을 이유로 2023년 7월 인하 조치가 한 차례 중단됐고, 이후 내수 부진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1월부터 다시 6개월간 인하 조치를 재개한 뒤 하반기에 한 차례 더 연장했다. 사실상 6년 가까이 인하 기조가 이어진 셈이다.

장기간 유지된 개소세 인하 정책은 경기 둔화 국면마다 차량 가격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한시 정책이라는 성격은 점차 옅어졌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인하 세율이 적용된 가격이 기준 가격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하 종료 시 소비자가 체감하는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개소세 인하가 종료되면 세율 정상화로 받아 들여지기보다는 차량 가격이 올랐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질 수 있다"며 "이 같은 인식 변화가 구매를 미루는 심리로 이어질 경우 시장 위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재정 여건은 개소세 정상화 논의를 피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개소세는 대표적인 국세 항목으로 세수 확보 필요성이 커질수록 조정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국세 수입이 추가경정예산 대비 2조2000억 원 부족한 369조9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입경정을 감안하면 총 12조5000억 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셈이다.

◆ 연장 종료 시 가격 상승·소비 위축…전동화 전환에도 부담

개소세는 차량 가격에 부과되는 대표적인 소비세로, 실제 차량을 구매할 때 소비자가 부담하는 최종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하 조치가 종료될 경우 제조사가 출고가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구매가는 상승하게 된다.

세율이 3.5%에서 5%로 정상화될 경우 차종과 가격대에 따라 소비자 부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중·대형차나 고가 차량일수록 세금 증가 폭이 커지고, 개소세에 연동되는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까지 함께 늘어나면서 실구매가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부담 증가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차량 구매를 당장 결정하기보다 시기를 늦추거나 관망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고, 이는 연초 자동차 시장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격 민감도가 높은 대중차 시장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고가 차량은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일정 수요가 유지되는 반면 대중 모델은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며 "50만 원, 100만 원 수준의 차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코 작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축소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개소세 인하까지 종료될 경우 전동화 전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개소세 연장 여부는 단순한 세율 문제가 아니라, 내년 자동차 시장의 소비 심리와 판매 흐름, 전동화 전환 속도까지 좌우할 핵심 변수"라면서 "정부 판단에 따라 연초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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