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시멘트업계가 2027년 시행 예정인 통합환경허가 기준을 앞두고 대규모 환경 설비 투자에 직면한 가운데, 질소산화물(NOx) 저감을 위한 선택적촉매환원설비(SCR) 도입 방식과 적용 시기를 둘러싼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비용 문제가 핵심 과제로 지적돼 왔지만, 최근에는 고온·고분진이라는 시멘트 공정 특성에 맞춘 안정적 운용 가능성 역시 또 하나의 과제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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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멘트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을 위한 선택적촉매환원설비(SCR)가 아세아시멘트 충북 제천공장에 설치돼 9일 시연에 성공했다. 한일시멘트 오해근 대표(앞줄 왼쪽부터), 유니온 이우선 대표, 아세아시멘트·한라시멘트 임경태 대표, 성신양회 한인호 대표, 삼표시멘트 이원진 대표, 삼표시멘트 배동환 삼척공장장 등이 참석해 시연회를 지켜봤다. [시멘트협회 제공]
시멘트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을 위한 선택적촉매환원설비(SCR)가 아세아시멘트 충북 제천공장에 설치돼 9일 시연에 성공했다./사진=시멘트협회 제공 |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시멘트협회는 지난 9일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에서 SCR 설비 설치와 시범 가동을 진행했다. SCR은 배출가스에 암모니아를 주입해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분해하는 고효율 저감 기술로, 강화되는 NOx 배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핵심 설비로 꼽힌다.
이번 시범 사업에는 약 362억 원이 투입됐으며 산업통상자원부 국책 연구 과제로 선정돼 정부 지원도 일부 이뤄졌다.
◆통합환경허가 앞두고 SNCR 한계…SCR ‘사실상 필수 설비’
앞서 국내 시멘트사들은 그동안 촉매 없이 요소를 분사해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SNCR(선택적 비촉매 환원법)을 주력 설비로 운용해 왔다. 그러나 2027년 7월부터 통합환경허가 기준이 적용되면 SNCR만으로는 강화된 NOx 배출 기준을 안정적으로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SCR 도입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돼왔다.
기존에는 대기·수질·폐기물·소음·악취 등 배출 항목별로 각각 허가를 받아 개별 기준만 맞추면 됐지만, 통합환경허가 체계에서는 사업장 전체의 오염물질 배출 수준과 저감 기술 적용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업계 안팎에서는 저감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SCR 도입이 사실상 피할 수 없는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통합환경허가 기준이 적용되면 기존 설비만으로는 NOx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SCR이 규제 대응을 위한 핵심 수단이라는 데에는 업계 전반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설비 전환 계획을 즉각 현실로 옮기기에는 시멘트 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이 전년 대비 16.5% 감소한 3650만 톤 수준으로 예상되는 등 시멘트 업계는 34년 만의 최대 침체기를 맞고 있다.
특히 SCR은 소성로 1기당 설치 비용이 300억~4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출하량 감소가 곧바로 매출 축소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대규모 환경 설비 투자는 기업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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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에 설치된 선택적촉매환원설비./사진=시멘트협회 제공 |
◆설치비부터 운영 안정성까지…SCR 도입 ‘과제 산적’
문제는 다수의 시멘트사들이 2027년 7월부터 시행되는 통합환경허가 기준을 맞추기 위해 별도의 지원 없이 설비 투자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강원권 사업장의 경우 SCR 도입이 사실상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는 공장별로 최소 1기 이상의 SCR 설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여기에 연간 6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운영 비용까지 더해질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설비 도입 과정에서의 기술적 부담 역시 업계의 또 다른 고민으로 거론된다. SCR은 발전소나 소각 설비 등에서 이미 널리 활용돼 온 검증된 기술이지만, 시멘트 소성로라는 특수한 공정 환경에서는 보다 정교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멘트 소성로는 고온 상태에서 다량의 분진이 발생하는 조건에서 장시간 연속 가동되는 설비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촉매에 분진이 축적되거나 운전 온도가 최적 범위를 벗어날 경우 NOx 저감 효율이 저하될 수 있어, 촉매 관리 방식과 운전 조건에 따라 설비 성능 유지 여부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시멘트 공장의 운영 사례도 업계에서 참고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시멘트 전문지 ‘월드 시멘트’에 따르면 앞서 홀심(Holcim)이 운영하는 독일 칼스도르프(Karsdorf) 공장은 SCR 가동 과정에서 분진 축적과 촉매 성능 저하로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에 결국 SCR 가동을 수시로 중단하고 보수 작업을 진행해야 했으며 이후 촉매 청소 시스템과 먼지 축적 방지 장치를 보강하는 방향으로 설비를 재설계했다. 다만 기존 공정과의 통합 과정에서 추가적인 공정 조정과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해지면서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홀심 베쿰(Beckum) 공장 역시 SCR 도입 이후 분진 축적으로 촉매가 막히고 배출가스 온도가 최적 범위를 벗어나 NOx 제거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이어졌다. 해당 공장은 SCR 도입에 약 1420만 유로(약 213억 원)를 투자했지만 설계 변경과 재설치, 추가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하면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시멘트업계에서는 SCR 도입을 통한 환경 규제 대응이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통합환경허가 시행까지 남은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부담 요인으로 꼽고 있다. 대규모 투자 결정과 설계, 설치, 시운전, 운전 안정화까지의 과정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 비용 부담과 공정 특성을 반영한 설계·운영 검증을 동시에 충족시키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시멘트 소성로는 공장별 설비 구조와 연료 구성, 가동 조건이 상이해 SCR을 일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는 단계적 적용과 현장 경험 축적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환경허가 시행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제한된 시간 안에서 비용 부담과 기술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행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비용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설계·설치·운전 안정화까지 감안하면 준비 기간이 결코 넉넉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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