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북제재하며 대화할 수 없어…한반도 평화특사 가동해야"
원산갈마 환승 관광 등 대북사업 구상 보고...재외동포 개별관광 추진
조현 “통일부 보고가 외교정책 방향 바꾸지 않아…대통령도 분명한 이해”
자주파-동맹파 논란에 "실용외교파만 있어...교통정리 새로 할 필요 없다"
대통령 업무보고 비공개회의서 대북 경제제재 '5.24 조치' 관련 질문 나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외교부와 통일부는 19일 합동으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한 자리에서 여전히 대북정책과 관련해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반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대북정책의) 목표는 같지만 방법론이 다르다"며 다소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외교부는 이 대통령의 조기 중국 국빈방문을 비롯해 내년도 정상외교 일정을 대폭 늘리고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두도록 노력하겠다고 보고했다. 

통일부는 내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계기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역량을 총집중하겠다고 밝혔다.

   
▲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장원삼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2025.12.19./사진=연합뉴스

특히 정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북 제재는 실효성을 상실했다"면서 "남북 간 다자간 교류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재 완화를 협의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업무보고 후 언론 브리핑에서도 "대북제재는 북한이 가장 적대적인 정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적대시 정책을 내려놓으라는 게 대화의 선결조건인데 제재를 하면서 대화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오늘 보고의 또 다른 시청자는 북에도 있을 것이고, 남측이 이런 구상을 하고 있구나 하고 (북도) 이해할 것"이라면서 "다만 단서는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가 와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하기까지 남은 4개월이 한도 평화 공존의 운명을 좌우하고, 대북정책의 성공을 좌우할 관건적 시기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 대통령의 한중 정상회담이 한국이 중심이 되어 한반도 문제를 움직여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위해 ‘한국의 한반도평화특사 임명 및 미국의 대북특별대사 지명’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또 정 장관은 "2018년 중국의 리커창 총리도 제시했던 것”이라며 “정세 변화와 발맞춰서 남북과 중국을 잇는 서울-베이징 고속철도 건설 구상의 실행 계획을 관계기관과 함께 구체적으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장관은 "남북과 중국 사이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환승 관광도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 속에 있다. 그 첫단계로 재외동포의 개별관광을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과거 이란, 이라크 제재 때 국제기구의 자금 중계 방식인 에스크로 계좌 운용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비공개 토의에서도 내년 4월까지 4개월동안 한반도 평화 공존 원년을 만들기 위해, 이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을 실현시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과 전략에 대해 토론했다"고 덧붙였다.

   
▲ 정동영 통일부 장관(왼쪽)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 장관 오른쪽은 조현 외교부 장관. 2025.12.19./사진=연합뉴스

조 장관도 업무보고 이후 언론 브리핑에서 "내년 초 중국 국빈방문과 일본 셔틀외교를 지속한다는 보고를 드렸고, 이외에도 인도, 중남미 등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에 대한 정상방문이 있다"면서 "대통령이 굉장히 적극적이기 때문에 외교부로서도 많은 수의 외빈을 받고, 계기가 허락하는 대로 정상 방문을 많이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에 대해서는 외교적 성과를 갖고, 북한이 지금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우리가 염려하는 북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어떻게 중단시키고 축소시켜나갈 것인지 단계적 접근 방법으로 해결해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자주파-동맹파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교통정리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사실 그런 논란은 없다. 실용외교파만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나왔듯이 목표는 같지만 방법론이 다르다"고 답했다.

그는 또 "통일부 업무보고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슴이 뛸 정도로 저렿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특히 천재일우의 기회 저도 느끼고 있다"면서 "그렇게 해서 북한을 대화와 개방으로 이끌어내고, 한반도 평화정착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방법론은 분명히 다르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그런 말씀을 (이전에) 드린 바 있고, 대통령도 분명한 이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통일부에서 보고한 것이 이재명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교통정리를 새롭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외교부는 통일부가 제시한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 장관은 ‘통일부에서 언급한 사안이 실제로 논의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5.24 조치에 대해 질문했다"고 말했다가 비공개 토의 때 나온 말이라며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5.24 조치는 이명박 정부 때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조치한 대북 경제제재다. 이후 10년간 실효성이 많이 허물어졌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5월 20일 ‘실효 선언’한 바 있다.      

조 장관은 이 대통령의 5.24조치 질문에 대해 "국제정세, 이와 관련된 국가들과의 관계, 무엇보다 전략과 함께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답변드렸다"며 "그런 것들을 잘 고려해서 (통일부가 제안한 정책에 대해선) 추진할 수 있을 만큼 추진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건 안되고 이건 먼저 하겠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외교부 및 주한미국대사관과 정례적인 협의 소통채널을 만든다고 밝혔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과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협의하고, 김병대 통일부 정책실장과 주한미국대사관의 공사급이 협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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