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주도 배상체계로,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 운영
범부처 협업, 생애 전주기 지원·피해자 일상 회복 앞당겨
전문성‧소통 강화로 신뢰 회복, 특별법 전부개정 추진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참사’로 명확히 규정하고, 기존 피해구제체계를 책임에 따른 배상체계로 전면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판결을 통해 국가책임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지 1년 6개월 만의 조치다.

   
▲ 김성환 기후부 장관(왼쪽)이 서울 중구 제분협회빌딩 9층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소통공간 개소식에 참석해 피해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기후부


이에 따라 적극적 손해인 치료비와 소극적 손해인 일실이익, 위자료 등이 지급되며, 피해자의 건강 특성을 고려해 배상금 수령 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한다. 피해자는 일시금 수령 방식 또는 일부 금액을 먼저 수령한 후 치료비는 계속 수령하는 방식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국가 주도의 추모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목적에 ‘추모’를 추가하고 추후 피해자들과 협의를 통해 추모일을 지정해 공식 추모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손해배상 책임도 기존 기업 단독에서 기업과 국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하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출연 이후 중단됐던 정부 출연을 내년 100억 원을 시작으로 재개한다.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 소멸시효는 폐지하고, 배상금 신청부터 지급 결정기간 동안은 단기소멸시효 진행을 중단키로 했다.

정부는 12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총리 주재 제8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종합지원대책에 따라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범부처 전담반(TF)를 구성해 각 부처 소관의 개선과제를 종합 검토하고 생애 전주기 지원을 추진한다. 

학령기 피해 청소년은 중·고등학교 진학 시 기존 추첨 방식 대신 주거지 인접학교를 희망할 경우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교 등록금을 일부 지원한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 개정을 통해 질병결석 인정 사유를 명확히 하며, 질병결석 인정 사유를 병원 진료에서 질환으로 인해 가정에서 요양 또는 정신건강 모니터링 참석까지 확대한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피해 청년은 건강특성을 충실히 고려한 판정체계를 마련하고, 사회복무요원의 경우 호흡기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근무지는 제외하며, 현역으로 입대할 경우는 소총, 박격포 등 신체활동이 많이 필요한 주특기는 제외한다.

사회에 진출하는 피해 청년은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도전지원사업,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등 취업지원사업을 통해 적극 지원한다.

일상회복을 위해 피해자가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본인일부부담금의 경우 치료비 대납을 통해, 피해자가 치료비를 먼저 납부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통해 정산받는 불편을 해소한다. 아울러 일터에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 휴가도 보장된다.

평생 중증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성장과정 중 건강상태를 분석해 이상소견이 발견되는 경우 조기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건강피해 인과관계 연구를 호흡기계 중심에서 만성 및 전신질환과 그 후유증까지 확대한다.

또한 그간 지적돼 온 전문성 부족 및 행정절차 지연 등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조직도 개편된다. 

기존 ‘환경보건처’는 ‘환경오염피해지원본부’로 격상시켜 가습기살균제·석면·환경오염피해의 발굴에서 지원까지 전담하는 기구로 개편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상담사·간호사 등 보건·의료 분야 전문인력 충원도 검토한다. 

피해자 간 소통과 건강정보 제공 등을 위해 마련된 소통공간을 활성화하고, 기후부 내 소통팀 운영, 온라인 간담회 등으로 상시 소통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6년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방식의 전면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오랜기간 고통을 겪었던 피해자들이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이행하며 국회와의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전부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폐 손상 등을 일으킨 사건으로,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의 인과관계가 최초로 확인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11월 30일 기준으로 피해를 신청한 8035명 중 5942명에 대해 피해를 인정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SNS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참사, 국가가 그 피해를 온전히 배상하겠습니다”라면서 “많이 늦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로, 다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와 관리 전반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겠다”며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에 애도와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이어 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대통령의 말씀처럼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명백한 ‘참사’로 규정하고 치료비·일실이익·위자료를 포괄하는 배상체계로 전면 전환한다”며 “학교에서, 군대에서, 일터에서, 피해자 한 분 한 분의 삶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촘촘히 지원하고, 특별법 전부개정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