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주요 6개국 제약시장 규모 26조원…연평균 8% 성장세
제품 수출 아닌 신약 허가·플랜트 구축까지 전초기지화 활발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동남아시아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진출에 나선다. 신약 허가 확보부터 혈액제제 플랜트 수출까지 단순 제품 수출을 넘어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전초기지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 대웅제약 연구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대웅제약


30일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시장은 국내 제약사들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남아 주요 6개국의 시장 규모는 약 200억 달러(약 26조 원)로 2015~2019년 사이 연평균 8%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2024년 기준 79억4000만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32년 160억3000만 달러로 연평균 4.9%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선진국 시장의 2~3배 수준으로 △경제 성장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라는 삼중 수요가 맞물려 있다.

대웅제약은 동남아시아 진출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대웅제약은 올해 12월 당뇨병 신약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인도네시아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엔블로는 SGLT-2 억제제 계열의 국내 36호 신약으로 아시아 임상 3상에서 당화혈색소 목표 달성률 78.1%를 기록해 기존 치료제(65.7%)를 능가했다. 인도네시아는 2040만 명의 성인 당뇨병 환자(세계 5위)를 보유한 시장으로 당뇨병 치료제 시장규모만 2025년 약 3억8000만 달러로 예상된다.

대웅제약은 2030년까지 30개국 진출을 목표로 설정했다. 현재 엔블로는 7개국에서 허가를 획득했으며 추가 20개국에 허가신청이 제출된 상태다. 플랜트 구축도 이뤄지고 있다. 자카르타 인근 산업단지에 세운 자회사 DBI(대웅바이오로직스인도네시아)의 줄기세포 치료제 생산공장도 인도네시아 식약청으로부터 GMP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한국 기업 중 최초의 성과로 투자 규모는 2조9000억 루피아(약 2447억 원)에서 2조3600억 루피아(약 1992억 원)를 계획 중이다.

종근당은 할랄 벨트 전략으로 차별화하고 꾀하고 있다. 2019년 인도네시아에 EU-GMP 수준의 할랄 인증 항암제 공장을 준공한 후 올해 5월 보툴리눔톡신 제제 '티엠버스주'가 세계 최초로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할랄 인증은 20억 명에 달하는 이슬람 국가 시장으로 진출할 중요한 차별화 전략이다.

GC녹십자는 2023년 6월 인도네시아 제약사 트리만과 혈액제제 플랜트 구축을 위한 혈장 공급 MOU(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인도네시아 보건복지부로부터 플랜트 건설 사업권을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자바베카 산업단지에 설립된 GC녹십자의 혈액제제 플랜트는 연간 최대 40ℓ의 원료 혈장 처리가 가능하며 오는 2027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 김승주 SK플라즈마 대표 (오른쪽 네 번째), 체첩 헤라완 인도네시아 대사(오른쪽 다섯 번쨰)를 비롯한 SK플라즈마 및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혈장분획제제 초도 출하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SK플라즈마

SK플라즈마는 약 2억5000만 달러 규모로 혈장분획 공장을 수출하는 사상 첫 플랜트 수출 사례를 추진 중이다. 카라왕 산업단지 내 약 4만9000m² 규모의 공장은 2026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현지 가동 전까지 인도네시아 혈장을 한국 안동공장에서 CMO(위탁생산) 형태로 처리해 완제품을 공급하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진출에 정부 지원도 뒷받침되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식약처, KIMCo, 15개 제약바이오기업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현지 진출 협력사업을 모색했다. 보건복지부는 한-인니 보건의료 워킹 그룹을 설치해 범정부 차원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베트남의 경우 자국산 의약품 보호정책 강화로 인해 우회전략이 필요할 전망이다. 지난 7월부터 전문의약품의 온라인 판매가 전면 금지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개량신약·신약 중심의 포트폴리오 강화와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으로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30년까지 동남아 제약시장을 메인 출구로 삼겠다는 기업들의 공표가 시장의 전략적 가치를 증명한다"며 "인구 규모, 경제 성장, 의료 수요 측면에서 다음 세대 성장시장"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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