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우롱 보상안·기만적 판촉 행사” 비판에도 추가 보상안 선 그어
수시로 언성 높인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 핵심 질문에는 또 ‘모르쇠’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쿠팡의 보상안은 1조7000억원 규모에 달합니다. 이것은 전례가 없는 보상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연석 청문회에서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게 실질적 배상안을 추가로 내놓을 의지가 있는지 묻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이같이 답했다.

   
▲ 해롤드 로저스 쿠팡 신임 대표가 12월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 의원은 쿠팡이 전날 내놓은 보상안에 대해 “쿠팡이 대한민국과 국민을 우습게 본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구매이용권 5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그중 4만 원은 고객들이 평소 쓰지도 않는 서비스인 알럭스와 쿠팡트래블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명품 판매몰인 알럭스에서는 최저가 상품인 양말조차 3만 원이 넘는다. 피해자에게 돈을 더 쓰게 만드는 것은 보상안이 아니라 구제를 빙자해 자사 비인기 서비스를 홍보하고 탈팡도 막으려는 기만적인 판촉 행사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한국을 무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쿠팡은 12월1일부터 한국 정부와 협력했고 한국 정부의 지시를 따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이 재차 “실질적 용의있는지 예스, 아니면 노로만 답하라”며 추궁하자 로저스 대표는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이 ‘전례 없는 규모’라고 답하며 추가 보상안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날 청문회에는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6개 상임위 의원들이 참여했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비롯해 강한승 전 총괄 등 핵심 증인은 이번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김 의장의 태도를 질타하는 가운데, 로저스 대표는 본격적인 질의 시작 전부터 국회와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지난 17일 열렸던 청문회에서 핵심 내용의 통역이 윤색됐던 문제를 지적하며 “외국인 증인들은 동시통역기를 착용해 달라”고 요구하자 로저스 대표는 “개인 통역사를 사용하겠다. 앞서 개인 통역사 대동을 허락받았고, 그가 유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맞섰다.

로저스 대표는 결국 동시통역기를 착용했지만, 청문회가 이어지는 내내 국회가 준비한 동시통역 대신 개인 통역사를 통해 질의 내용을 전달받았다. 로저스 대표는 질의 중간중간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질의한 의원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30일 열린 국회 연석 청문회에서 동시통역기를 착용한 채 개인 통역사를 통해 질의 내용을 전달받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로저스 대표에게 고 장덕준 씨 과로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당시 쿠팡 내부에서 오간 이메일을 제시하며 “로저스 대표가 답장한 이메일 내용에는 ‘신체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라’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게 무슨 의도로 작성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해당 문건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계약 해지된 직원에 의해서 제출된 것”이라며 “본 적 없는 문서다. 내용의 진위여부를 확인한 것이 맞냐”고 크게 되물었다. 이 의원이 “질의는 제가 주도하는 것”이라며 로저스 대표를 제지했지만, 로저스 대표는 “충분히 답변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성은 오갔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도 명쾌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최근 쿠팡의 ‘셀프 조사’ 논란을 비롯해 10여 년간 발생했던 노동자 사망사고, 김범석 의장의 거듭된 불출석, 쿠팡의 입점 업체 대상 갑질과 독과점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쳤지만, 쿠팡 측 증인들은 논점을 벗어난 내용이나 침묵 또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의 태도에 대해 “범 킴(김범석 의장)과 쿠팡은 적당히 넘긴다고 흐지부지될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을 먼저 해야할 것”이라며 “쿠팡이 첨단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라 하는데, 하는 행태는 낡고 구차한 재벌들의 천박함 자체”라고 날선 비판을 던졌다. 이어 “쿠팡이 시장 지배자, 대마불사 신봉자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는 국민의 외면과 준엄한 심판이 있을 뿐이다. 국민들 무서운 줄 알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쿠팡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추진을 공식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입점 업체 대상 불공정 거래 행위, 노동환경 실태 등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