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19대 정기국회 폐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8일 노동개혁 법안 심의는 여전히 중단된 상태이다. 여당의 거듭된 요청에도 야당은 법안심사소위 개최조차 응하지 않으면서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

노동개혁법은 청년일자리를 비롯해 중장년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문제와 근로자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처리가 시급하다. 특히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는데도 불구하고 야당이 이를 어기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의 이런 어정쩡한 태도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을 장기화시키고 있다.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를 불법 폭력집회로 주도하고 조계사로 피신해 이달 5일 2차 총궐기까지 지휘하는 상황에서도 경찰의 손발을 묶어놓고 있는 상황에 야당의 책임이 크다.

노동개혁법과 관련해서는 이날 오전에도 새누리당의 조원진·새정치민주연합의 이춘석 원내 수석부대표가 회동해 이들 법안의 일괄 처리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20여분만에 헤어졌다. 이 자리에서도 야당은 일괄 타결이 아닌 소관 상임위 심의를 통해 법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을 펼쳐 지난 원내 협상 자체를 퇴색시켰다.

이 자리에서 이춘석 야당 수석부대표는 “상임위 단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쟁점 법안은 상임위에서 합의가 안되면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로 처리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여당은 접점을 찾았다고 하지만 우리는 폭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며 “(내일 본회의에서) 무쟁점 법안 정도를 처리하는 정도라면 원내대표들이 특별히 만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노동개혁법을 비롯한 경제 관련 법안과 테러방지법 등의 처리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새정치연합은 회기 내 법안 처리에 관심조차 없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전 관훈토론회에서 마침 패널들 사이에서 나온 질문에 “노동개혁 5개 법안 중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3개 법안의 경우 개악의 요소가 제외된다면 입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여전히 여당의 일괄 타결에 발목잡기를 하는 문 대표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오히려 확대하는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우리 당은 이 두 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당론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 19대 정기국회 폐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8일 노동개혁 법안 심의는 여전히 중단된 상태이다. 여당의 거듭된 요청에도 야당은 법안심사소위 개최조차 응하지 않으면서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지 이틀 만에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를 만나 노동개혁 법안 등 핵심법안 처리와 관련한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사진=청와대 제공

노동개혁 법안을 들여다보면 99%의 내용이 근로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여당은 “야당이 법안 처리에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먼저 노사정위가 이미 합의한 3가지 법안 중 하나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들에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일자리를 나눔으로써 1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장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또 산업재해보상보장법은 근로자가 출퇴근 시 재해를 당한 경우 이전과 달리 산재보험 적용 대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했다. 고용보험법도 실업급여 지급 기간과 지급액을 확대하고 높이는 법안으로 근로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법안이다. 단지 보험료를 좀 더 내고 오래 내야 한다.

이에 대해서도 야당은 “보험료를 현재 수준보다 올리지 않으면서 받는 돈만 더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반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을 이전보다 더 적게 내고 더 많이 받게 만들면 공무원연금처럼 금방 고갈된다”면서 “이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면서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간제법의 경우에도 현재 2년간 기간제 근로자 사용 원칙을 4년으로 늘리는 것으로 이런 법안을 만든 배경에는 2년 후 정규직 전환율이 8%에 불과한 현실이 깔려 있다. 92%의 기간제근로자들이 다시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구직활동에 나서야 하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비정규직이 확대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간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85%가 ‘4년으로 연장하는 기간제 근로제’에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비정규직이 확대된다면서 반대하고 있으며, 여기에 야당은 볼모로 끌려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여당은 또 파견제 근로자법에 대해서도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에 대해 파견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55세 이상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서만 파견을 허용하게 되면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 사람들을 사용할 수가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데도 야당은 ‘기간제’라는 용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사용자를 위한 법안”이라고 무작정 반대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들 법안에 심사기한을 지정해 직권상정을 준비해줄 것을 촉구하는 등 압박하고 나섰다. 조원진 수석부대표는 “합의 사항을 실천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나서야 한다”면서 “의도적 태업을 하는 비정상에 대해 의장이 가만히 있으면 그것도 직무태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정된 국회법(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국회의장이 심사기한을 지정할 수 있는 경우는 천재지변과 같은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여야 합의를 통해서만 이뤄지게 돼 있어서 야당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직권상정이 불가능하다. 2차 민중총궐기가 끝난 뒤 6일까지 조계사에서 나오겠다는 한상균 위원장의 말 바꾸기나 3개월 전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뤄냈고 최근 여야 원내대표가 법안 논의에 합의했으면서도 이제와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손쉽게 뒤집는 새정치연합에 행태를 공감하기 힘들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에서도 교육·의료 부문을 포함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수차례 발표하면서 적극 추진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서비스법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해야 한다면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는 야당의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야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통령은 또 노동개혁 5법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그동안 많은 국가들이 위기가 눈앞에 닥친 후에야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서 개혁에 나서거나,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다가 개혁 시기를 놓쳐서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면서 사라지는 모습을 봤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 선진국들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낡은 노동시장 구조를 고집하면서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청년들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며 “국회가 말로는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행동은 정반대로 노동개혁 입법을 무산시킨다면 국민 열망은 실망과 분노가 되어 되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