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정부가 AI 자율운항 선박 시장 선점을 목표로 민관 협력체계를 본격 가동했지만 업계에서는 기술 통합에 앞서 해결해야 할 조율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3사가 이미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율항법 기술을 고도화해온 상황에서 공동 개발에 참여해야 할 명확한 명분과 실익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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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비커스 본사의 대형 선박 하이나스 컨트롤 시뮬레이션 모습./사진=HD현대 제공 |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조선·해운·기자재·IT 기업을 아우르는 민관 협력 구조를 통해 AI 기반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과 실증 확대, 표준화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조선 시장에서 자율운항 기술이 차세대 경쟁력으로 부상한 만큼 정부 주도의 협력체계를 통해 기술 선점과 산업 생태계 조성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그 일환으로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부는 지난 29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자율운항선박 M.AX 얼라이언스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해운·조선·AI 기업을 비롯해 대학, 연구기관 등 약 50개 기관에서 100여 명이 참석해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 현황과 향후 협력 방향을 공유했다. 정부는 민관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통해 기술 실증을 확대하고 국제 표준 논의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회의에서 제시된 협력 구상이 실제 현장 상황과는 다소 간극이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국내 조선3사가 이미 자율운항 관련 핵심 기술을 각자의 전략에 맞춰 독자적으로 축적해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단순 항법 알고리즘을 넘어 센서 융합, 선박 제어, 통합 관제, 안전 개념까지 포함한 종합 시스템을 자체 아키텍처로 구축해온 만큼 이를 공동 개발 형태로 묶는 데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율운항 기술은 소프트웨어 몇 개를 합치는 문제가 아니라 선형 설계와 선박 제어 로직, 안전 기준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라며 “각 사가 서로 다른 체계로 기술을 발전시켜온 상황에서 단기간에 기술을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조선3사는 자율운항 기술의 개발 방향과 우선순위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자율운항을 선박 건조를 넘어 외부 판매가 가능한 독립 솔루션으로 육성하며 조기 상용화와 플랫폼 사업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한화오션은 군함과 특수선에서 축적한 무인·자율 기술을 기반으로 전술적 판단과 복합 상황 대응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디지털 트윈과 스마트십 전략과 연계한 통합 운항 기술을 중심으로 접근하며 고부가 선종을 대상으로 안정성과 기술 신뢰성 확보를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처럼 각 사가 지향하는 시장과 사업 모델이 다른 만큼 단일한 공동 개발 체계로 묶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 성숙도와 상용화 전략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일괄적인 공동 개발은 오히려 개발 효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술 통합을 전제로 한 협력보다 단계적이고 선택적인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각 사의 기술 경쟁력을 유지한 채 실증 구간이나 표준 논의 등 제한된 영역에서 협력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관 협력 참여가 기술 공개나 데이터 공유로 이어질 경우 기술이 곧 경쟁력인 기업 입장에서는 참여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민관 협력의 초점은 기술 통합이 아닌 참여 유인 설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증 참여에 따른 규제 완화, 해외 프로젝트 연계, 표준 주도권 확보 등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협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술을 하나로 묶기보다 각 사의 기술 결을 인정하고 조율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방식이 유효할 수 있다”며 “명확한 유인책을 바탕으로 협력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가는 접근이 민관 협력의 지속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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