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을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오전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과거 고려와 송나라 교류의 중심지였던 항구 ‘벽란도’의 이름을 딴 ‘벽란도 정신’을 언급하며 “상품과 사람의 이동을 넘어 기술과 가치, 문화와 신뢰가 함께 흐르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는 한국의 4대 그룹의 총수를 비롯한 경제사절단 161개사 416명과 중국 측 기업인 200여명 등 총 600여명이 참석했고, 허리펑 중국 부총리(경제 담당)가 중국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나루’라는 뜻의 이름처럼 벽란도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양국의 사람과 기술, 사상과 문화가 오가던 교류의 장이었다”며 “고려는 이곳을 통해 인삼과 먹, 고려지를 송나라에 수출했고, 송나라는 서적과 도자기, 차를 전하며 상호 보완적인 교역 구조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지는 송나라에서 천하제일이라 불릴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고, 송나라의 문인들은 중요한 서적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릴 때 고려지를 사용했으니, 고려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지식과 문화를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당대의 핵심 소재이자 전략 교역 품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고려지 위에 필사되고 인쇄된 다양한 문헌들과 불교 경전은 다시 고려로 전달돼 학문의 발전을 뒷받침하고,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우는데 크게 기여했다”면서 “이렇듯 고려와 송나라는 교역과 지식의 순환을 통해 자국의 발전과 문화적 성숙을 도모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있었던 시기에도 벽란도를 통한 교역과 교류는 중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 |
 |
|
| ▲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5일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경제담당 부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1.5./사진=연합뉴스
|
또 “이러한 지속적인 교류는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 나아가 평화, 질서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오늘날 우리가 다시 주목해야 할 지점도 바로 ‘벽란도 정신’이라 하겠다”며 “상품과 사람의 이동을 넘어 기술과 가치, 문화와 신뢰가 함께 흐르는 협력, 변화의 바람 속에서도 연결과 소통을 멈추지 않는 협력의 자세가 우리에게 꼭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일 경주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처음 가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관계를 전면적으로 회복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다시 함께 나아가기로 합의한 것을 언급하며 ▲제조업에서의 혁신과 협력 ▲더욱 활발한 문화교류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저는 양국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크게 공감했다“며 ”이런 공감대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정부는 제조 전반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기업이 기술 혁신과 생산 고도화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중국정부도 첨단기술과 제조업의 결합, 혁신 역량 축적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정책과 기술을 참고하며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는 양국 제조업계가 직면한 녹색, 디지털 전환과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과제에 더해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데에서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
 |
|
| ▲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5일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서 중국 기업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6.1.5./사진=연합뉴스
|
아울러 이 대통령은 “최근 중국 청년들에게 서울 문화 탐방, K-뷰티 체험은 중국 청년들에게 인기 높은 여행코스가 됐다고 한다. 금요일 퇴근 후 상하이 여행은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유행이 됐다”며 “관광의 확대를 넘어 서로의 서비스와 문화를 가깝게 체험하는 이러한 흐름은 생활 전반에서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물을 건너는 데는 배가 필요하지만 배를 띄울지는 사람이 정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여기 계신 여러분이 한중 협력의 배를 띄워 주시기 바란다”면서 “진심으로 소망하건대 그 좋은 친구를 저 멀리 가서 찾지 말고, 시 주석님 말씀대로 이사갈 수 없는 이웃,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국과 중국에서 서로 찾자”고 당부했다.
허리펑 부총리는 환영사에서 “오늘 열리는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서로 신뢰하고 발전하는 관계로 나아가길 바란다”면서 “중국과 한국의 기업들이 왕성한 협력과 깊이 있는 교류로 협력의 잠재력을 발굴하자”고 전했다.
이번 포럼에 한국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와 SM엔터테인먼트 장철혁 대표이사,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 등 문화·콘텐츠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추진 중인 국내 기업인 11명이 참석했다.
중국에선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런홍빈 회장을 비롯해 중국석유화공그룹 후치쥔 회장, 중국에너지건설그룹 니전 회장, 중국공상은행 랴오린 회장 등 대표 국영기업인들과 TCL과기그룹 리둥성 회장, CATL 정위췬 회장 등 첨단산업 분야 및 LANCY 왕젠요우 회장, TENCENT 류융 부회장 등 소비재·콘텐츠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관계가 있는 대표 기업인 11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