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원유·나프타 등 원자재 전량 수입에 원가 부담 확대
제품 가격 반영 어려워 수익성 악화 …미국 투자 부담 커질 수도
미국 연준 금리 인하 움직임에 기대…현지 자금 조달 시 부담 완화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원화가치 급락)하면서 달러당 1500원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작년 말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보이며 안정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산업계도 환율 변동 영향을 크게 받는다. 수출이 많은 업종에는 환율 상승이 유리하겠지만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종은 부담이 커진다. 이에 미디어펜은 고환율 시대에 국내 업종별 영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이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 산업은 원자재 수입으로 인해 환율 상승이 원가 부담으로 직결되면서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 또 미국에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들은 재무적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 현실화되면 달러 강세가 완화돼 환율 부담이 일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이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진은 여수 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48원 대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의 시장 개입과 수급 관리로 인해 1430원 대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 다시 소폭 상승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났고, 달러 매수 우위가 이어지면서 환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국내 산업계 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도체 등 수출이 많은 산업의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철강·정유·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생산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철강업계는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을 달러로 수입하고 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원가가 올라가는 구조다. 

게다가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 가격도 상승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108.5달러로 한 달 전과 비교해 톤당 2.5달러 상승했다. 제철용 원료탄 가격 역시 지난달 29일 기준 톤당 217달러로 1개월 전에 비해 톤당 17달러 올랐다. 

철강업계는 높아지는 생산원가를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하지만 수요 부진으로 인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출이 늘어나면 원가 상승분을 일부 상쇄할 수 있지만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수요 부진 등으로 수출 확대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환율이 최근 떨어졌다고 하지만 철강업계에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원유를 달러로 수입하고 있다. 연간 10억 배럴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만큼 환율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다. 특히 환율이 오를 경우 원유 도입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유업체들은 환율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물환 등 파생상품을 활용하고 있지만 장기간 고환율이 유지될 경우 헤지(위험 회피)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실질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환율 변동성이 장기화될수록 원가 구조 전반에 부담이 누적돼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마찬가지다. 원료인 나프타를 달러로 수입하고 있어 환율 상승 시 원가 상승 압박을 받는다. 석유화학업계도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어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어 공급 과잉 상태에 직면해 있어 수출을 하더라도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며 “올해도 고환율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 부담도 확대 가능성 제기

환율 상승은 해외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하면서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대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이에 기업들은 미국 투자에도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과 고려아연이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58억 달러(약 8조4000억 원)를 투자해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를 건설한다. 

투자비는 자기자본 29억 달러와 외부 차입 29억 달러로 조달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외에도 현대자동차·기아, 포스코가 함께 투자에 나선다. 

현대제철 측은 자본 조달 계획을 확정 짓지 않은 상태지만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에는 환율 상승으로 인해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도 미국 테네시주에 제련소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제련소 건설을 위해 74억 달러(약 10조7000억 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 제련소에서는 아연·연·구리 등 주요 비철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 안티모니·게르마늄·갈륨 등 전략 광물을 통합 생산한다. 

다만 고려아연은 미국 현지에서 자금 조달에 나설 예정으로 환율 상승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 계획에 따라 환율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미국 현지에서 조달하더라도 한국 본사에서 보증을 서는 방식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 연준 금리 인하 움직임 ‘예의주시’

국내 중후장대 기업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연준의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0.25%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 중 9명이 금리 인하에 찬성했고,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골드만삭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도 연준이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두 차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연준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달러 강세가 완화되면서 환율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그동안 고환율에 시달렸던 중후장대 기업들의 원가 부담 일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또 미국 투자 기업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미국 현지에서 자금 조달에 나선 경우 금리 인하에 따라 이자 비용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 역시 미국이 금리 인하 시 함께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로 기업들은 미국과 우리나라 정책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피며 대응 전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현재 고환율 기조를 고려하면 미국 투자 기업들은 현지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울 것”이라며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를 지켜보면서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