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신년사 화두는 ‘속도감’…“신사업 기회 한발 앞서 잡아야”
3고현상 등 악조건 지속에도 ‘공세 전환’, 성장 위한 실행력 강조
재도약 핵심 무기는 AI…“신기술 도입 통해 핵심 과업 앞당겨야”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2026년 유통가 총수들의 신년사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기민함’과 ‘독한 실행력’이었다. 지난해가 고물가·고금리 파고를 넘기 위한 ‘버티기’의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AI(인공지능)라는 신무기를 장착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공세적 태세 전환’이 두드러진다. 신동빈 롯데 회장부터 정용진 신세계 회장까지, 총수들은 입을 모아 “변화 뒤에 숨지 말고, 변화보다 앞서 뛰라”고 주문했다.


   
▲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사진=각사 제공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기업 총수들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공통적으로 속도감 있는 사업 전략 추진을 당부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K-트렌드와 AI 확산 등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올해도 3고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과 저성장 등 녹록지 않은 환경이 예상되는 만큼, 국면 전환을 위해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빠르게 포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변화의 흐름에 선제적 대응’, ‘강한 실행력 동반된 혁신의 완성’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변화의 뒤를 쫓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성장할 수 없다”며 “PEST 관점에서 변화의 흐름을 예상하고 전략과 업무 방식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패러다임 시프트’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내고 한발 앞서서, 한 박자 빠르게 실행하는 ‘탑(Top)의 본성’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또한 “불확실성이 커진 현재의 경영환경에서는 ‘기민한 실행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시장과 고객의 변화 징후를 신속하게 포착해 사업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통한 결단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 역시 “불확실성과 기회가 공존하는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번 도약을 선언해야 할 결정적 시점”이라며 “‘빠른 실행’이 곧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속도감’은 국내 유통기업 전반을 관통하는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은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가 생존과 성장의 핵심이 된 시대”라며 “살아남기 위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주도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도 “결정한 일은 반드시 실행으로 이어지고 결과로 증명되어야 한다”며 결단력 있는 실행을 당부했다. 조용철 농심 대표도 ‘Global Agility & Growth’을 새해 경영지침으로 삼고, 신속·정확한 판단과 유연한 실행을 통한 성장을 강조했다. 

2025년 신년사에서 ‘위기’ ‘생존’ ‘쇄신’ 등 엄중한 경영 환경을 반영하는 단어가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올해는 ‘성장’ ‘실행’ ‘도약’ 등 미래 비전에 한층 힘이 실린 모습도 눈에 띈다. 지난해 어려운 경영 환경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체질 개선 노력에 방점이 찍혔다면, 새해에는 그간 성과를 바탕으로 ‘재도약’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유통가에서 이를 위한 무기로 일제히 꺼낸 것은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이다.

신 회장은 “강력한 도구인 AI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재화하고 그 잠재력을 활용해 변화를 선도하자”며 AI 활용을 강조했다. 손 회장도 “AI를 중심으로 촌각을 다투며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은 국가와 기업의 최우선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하며 AI 기술 현장 도입 필요성을 제시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고객 경험 고도화와 업무 혁신을 위한 AX(AI 전환) 인프라 투자도 함께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유통 현장에서 AI 활용 범위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AI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무 매뉴얼을 유형화해 AI 챗봇에 적용하고, 협업 툴과 콘텐츠 제작 등에서 생성형 AI를 활용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대화형 AI를 기반으로 방대한 고객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BI 에이전트’를 가동하며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2024년 생성형 AI 기반 점포 어시스턴트 챗봇 ‘AI-FC’를 선보인 바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6월 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를 선보이고 같은 해 10월 정식 론칭했다. 헤이디는 현대백화점·아울렛 점포의 실시간 운영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추천해 주는 서비스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2017년 도입한 고객 분석 시스템 ‘S-마인드’를 한층 고도화해 쇼핑 전반을 관리하는 ‘AI 퍼스널 쇼퍼’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초개인화 추세 속에서 매년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는 속도까지 빨라지면서 이를 적시에 따라잡기 위한 수단으로 AI 기술 활용도도 높아지고 있다"라며 "고객 경험 개선을 넘어 업무 전반으로 AI 활용이 확산됨에 따라, 조직에 AI 활용 역량을 내재화하는 것이 장차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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