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으로 못 버틴다… 철강업계 체질개선 생존전
단기 실적보다 구조 전환…2026년이 경쟁력 분기점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철강업계가 장기화된 업황 부진과 탈탄소·원가 압박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2026년을 체질 개선의 분기점으로 설정하고 전략 전환에 나서고 있다. 단기 실적 회복보다 생산 구조와 기술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 현대제철 포항공장 전경./사진=현대제철 제공

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2026년을 저탄소 제철 전환의 실질적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수소환원제철(HyREX)을 차세대 핵심 기술로 낙점하고, 연내 실증 규모의 데모 플랜트 설치를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기존 고로 공정이 석탄을 사용하는 구조인 반면 HyREX는 철광석과 수소를 활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한 뒤 기존 제철 공정을 단계적으로 HyREX로 전환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상태다. 

이를 위해 포항제철소 인근에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고 수소환원제철 설비 구축을 위한 행정 절차에도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데모 플랜트 가동 여부가 향후 상업화 속도와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가를 핵심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쟁 환경도 포스코의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청정수소 생산과 탄소 저감 기술에 막대한 재정 지원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청정수소 생산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EU 역시 철강 탈탄소 기술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육성 중이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의 조기 안착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저탄소 철강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달리 2026년을 ‘실행 중심의 체질 개선 원년’으로 설정했다. 고로 중심의 전통적인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전기로 확대와 전사적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저탄소·지능형 철강사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과 북미 보호무역 강화, 완성차 업체들의 탄소 감축 요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생산 방식 전환이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이다.

현대제철은 특히 전기로 투자를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미국 자동차 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에 14억6000만 달러(약 2조1500억 원)를 투자해 지분 50%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관세 부담과 탄소 규제를 동시에 피할 수 있는 북미 현지 저탄소 공급망 구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약 70% 줄일 수 있는 전기로 공정을 통해 북미 완성차 업체들의 까다로운 탄소 기준을 선제적으로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전기로 투자와 함께 현대제철은 DX를 통해 생산 효율과 원가 경쟁력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AI와 데이터 기반의 공정 최적화, 무인화 설비 도입 등을 통해 설비 가동률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2031년까지 공정 간 연결과 최적화가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자율생산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2026년을 기점으로 국내 철강사들의 전략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사가 처한 재무 여력과 사업 구조에 따라 선택과 속도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기존 고로 중심의 생산 체계를 그대로 유지해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은 분명해졌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기술 전환, 구조 개선의 실행 원년이라는 점에서 체질 개선의 해”라며 “실행 속도와 성과에 따라 중장기 경쟁력 격차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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