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미·중 패권 경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경영 전략에도 이목이 쏠린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지정학적 변수에 깊이 얽힌 상황에서 삼성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이를 관리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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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2박 3일간의 중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에 생산 등 이해관계를 동시에 가진 대표적인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는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중국에서는 시안과 쑤저우를 거점으로 낸드플래시 생산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구조다.
삼성의 미국에 대한 전략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삼성은 미국 내에서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고부가 공정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과 공급망 재편 기조에 맞춰 핵심 기술과 첨단 공정을 미국 중심으로 가져가고 있다. 이는 미국의 기술 통제와 규범을 명확히 준수하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반면 중국에서는 기존 생산 기지를 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중국을 완전히 떠나지 않으면서도, 신규 증설이나 첨단 공정 업그레이드는 자제하는 방식이다.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한쪽에 베팅하기보다 미국에서는 확장, 중국에서는 안정적인 유지로 역할을 분리하는 균형 잡힌 전략을 택한 셈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장비 반입 규제를 일부 완화한 점도 이러한 균형 전략에 일정 부분 숨통을 틔워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취소하는 대신, 매년 장비 수출 물량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중국 공장에 장비를 반입할 때마다 미국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은 피하게 됐다.
앞서 BIS는 지난해 8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VEU 지위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국내 기업들은 이달 31일부터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중국 공장에 들여올 때마다 건별 허가를 받아야 했고, 연간 허가 건수가 1000건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번 조치로 운영 불확실성은 일부 완화됐지만, 중국 공장의 확장이나 첨단 공정으로의 업그레이드를 제한하는 기존 방침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최근 행보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2019년 이후 6년 만에 꾸려진 경제사절단에 동행해 방중 일정을 소화한 후 귀국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이 회장이 중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 중심 첨단 기술·공급망 전략을 분명히 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해 중국 정부 관계자와 글로벌 기업 수장들과 교류한 데 이어 샤오미·BYD 경영진을 만나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과 반도체 분야 협력 가능성을 점검하기도 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도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 관계 단절로 인한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오너 차원의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이처럼 명확한 진영 선택보다 균형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삼성식 리스크 관리'는 미·중 패권 경쟁이 장기화된 환경에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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