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우리 국민은 유독 화가 많다. 화는 해소의 길을 찾지 못하면 병으로 진행된다. 화병은 가슴에 응어리가 맺힌 듯한 느낌과 작열감, 답답함 등을 호소하는 일종의 분노반응이다. 현대의학의 공식적 진단명은 아니지만 한국 고유의 문화관련 증후군으로 인정될만큼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대체 화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게 정말 화낼 일인가, 아니면 화낼 일이었던가에 대한 자조적인 물음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여기에 답하는 저자 박기수의 '이게 화낼 일인가?'가 출간됐다. 책은 분노의 시대에 던지는 차분한 성찰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더 나은 방향으로 감정을 길들일 수 있음도 제시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지만, 좀처럼 제대로 질문해보지 않았던 감정이 있다. 분노다. 신간 '이게 화낼 일인가'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화를 참으라고 훈계하지도, 무작정 내려놓으라고 권하지도 않는다. 대신 저자는 독자에게 한 박자 멈춰 서서 묻자고 제안한다. '지금의 화는 어디서 왔는가', '이 감정은 정말 나의 선택이었는가'라고.

책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짜증과 분노를 개인의 성격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다. 저자는 화를 생존의 도구로 사용했던 인류의 진화 과정부터 뇌의 신경·호르몬 작용, 사회적 학습과 문화적 규범,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낸 집단 분노까지 폭넓게 짚는다. 화는 의지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와 환경이 만들어낸 반응일 수 있다는 점을 차분히 풀어낸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화를 ‘중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다. 분노가 반복적으로 강화되는 신경학적 메커니즘, 분노를 표출했을 때 얻는 일시적 해소감, 그리고 그로 인해 다시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악순환을 설명한다. 이는 화를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책은 또 가족 관계, 직장, 온라인 공간 등 현대인이 분노를 가장 자주 경험하는 장면들을 다룬다. 다만 구체적 사건을 나열하기보다, 왜 그런 상황에서 화가 증폭되는지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화를 줄이기 위한 해법 역시 단기적인 감정 조절 요령이 아니라, 수면·운동·호흡·생활 리듬 같은 건강한 습관과 사고의 전환을 중심에 둔다.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결국 삶의 구조를 바꾸는 문제라는 메시지다.

내용은 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되, 과도한 전문용어를 경계한다.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대입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낸 점도 특징이다. 저자는 화를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신호로 바라본다. 화가 났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화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듣는 일이라는 것이다.

분노가 일상이 된 시대다. 뉴스, SNS, 댓글 공간 어디를 가도 화는 넘쳐난다. '이게 화낼 일인가'는 그 한가운데서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분노가 정말 나의 선택인지, 아니면 너무 쉽게 길들여진 반응은 아닌지. 화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어쩌면 더 잘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담담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치유의 길마저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다. 

글쓴이 박기수는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던 중 정부 부대변인직 제안을 수락하며 공직에 발을 들였다. 2~3년만 머물 계획이었지만 10년 넘게 재직하며 언론학 박사에 이어 보건학 박사 학위를 추가로 취득했다. 2019년 말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는 메르스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방송을 통해 대중과 소통했다. 기자·공무원·교수로 30년간 쌓은 경험을 토대로 삶과 감정에 대한 성찰을 전한다. 전작으로 '끌리는 이들에겐 이유가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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