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자금 부담은 낮췄지만…행정 절차·규제 병목 여전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초기 단계의 자금 부담 완화를 위해 1%대 저금리 융자 지원책을 내놨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만으로 정비사업 전반의 추진 속도를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기 금융 여건은 일부 개선됐지만, 실제 사업을 가로막는 구조적 병목은 여전히 복잡한 행정 절차와 규제에 있다는 분석이다.

   
▲ 10일 업계는 정부의 정비사업 초기 1%대 융자 지원에 대해, 자금 부담 완화 효과는 있으나 사업 속도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초기 단계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초기 사업비 융자 특판 상품을 내놨다. 해당 상품은 추진위원회와 조합이 사업 초기 단계에서 부담해온 금융비용을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이다. 

기존 연 2.2% 수준이던 초기 사업비 융자 금리는 1%로 인하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료율도 종전 대비 약 80% 낮아졌다. 운영비와 각종 용역비, 총회 개최비 등 초기 필수 비용에 활용할 수 있어 자금 여력이 부족했던 중소 규모 정비사업장에는 일정 부분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금융 지원 자체보다는 해당 대책이 실제 정비사업 전반의 속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초기 자금 조달 이후에도 안전진단, 정비계획 수립, 각종 심의와 인허가, 주민 동의 절차 등 여러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쳐야 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지연과 불확실성이 사업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정비사업 환경에서는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공사비 상승과 금융 비용 증가, 조합원 간 갈등 확대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누적되는 양상이다. 특히 공사비 상승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업 지연은 건설사와 조합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초기 자금 조달 여건이 일부 개선되더라도, 핵심 절차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 지원과 함께 행정 절차 간소화와 심의 기간 단축 등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정비사업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에 보다 부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특판 상품이 1년 한시로 운영되고, 예산 역시 한정돼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전국 단위로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 규모를 고려하면 지원 대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기적 지원에 그칠 경우 정책 효과 역시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원 대상 지역이 제한된 점 역시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일부 핵심 지역이 제외되면서,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책 취지와의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사업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정비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고 공급 효과도 크다는 점에서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금융 지원과 함께 정비사업 추진 과정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민간 정비사업의 참여 여건을 개선하고 사업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정책 효과가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초기 사업비 금리 인하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정비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금융보다 행정 절차와 심의 기간”이라며 “실질적인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제도 전반에 대한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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