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논쟁과는 별도…배송 구조 자체 바꾸는 중장기 전략
CJ·한진·롯데, 로봇·자율주행 실증으로 ‘포스트 인력 물류’ 준비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택배업계가 사람 중심 배송 구조에서 벗어나 로봇·자율주행 기반 라스트마일 혁신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과로와 심야배송 논쟁이 반복되는 가운데 주요 택배사들은 노동 문제와는 별도의 축에서 배송 구조 자체를 바꾸는 중장기 전략을 가동하는 모습이다.

   
▲ CJ대한통운의 로봇 '스팟'./사진=CJ대한통운 제공

10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택배는 물류 전 과정에 로봇·인공지능(AI)·자율주행 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며 ‘포스트 인력 중심 물류’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나 인력 대체보다는 물량 증가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배송 구조 구축이 목표다.

CJ대한통운은 국내 택배사 가운데 가장 빠르게 라스트마일 로봇 실증 단계에 진입했다. 지난해 11월 회사는 물류 현장에서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올해 상반기부터 일부 물류센터에 실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로봇은 상·하차 보조, 반복적인 포장 작업 등 고강도 업무를 중심으로 사람의 작업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단순 자동 분류 설비를 넘어 로봇이 작업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피지컬 AI’ 기반 지능형 물류센터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행보다. CJ대한통운은 이를 위해 로봇 전문기업과 협업해 물류용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한진은 라스트마일 로봇 도입보다는 운송 구간 전반의 효율화와 물류 네트워크 디지털 전환에 전략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카카오모빌리티와 AI 기반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허브 간 운송 구간에 AI 물류 시스템을 적용해 운송 경로 최적화와 공차율 감소를 추진 중이다. 

물동량 예측과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체 물류 흐름을 정교하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가시적인 로봇 배송보다는 시스템 경쟁력을 먼저 끌어올리는 접근으로 평가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자율주행 트럭과 라스트마일 배송 로봇을 결합한 단계적 실증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2023년 세종~부산 구간에서 1차 자율주행 화물차 실증을 마친 데 이어 2024년에는 진천~양산, 사천~이천 등 총 593km 구간으로 실증 범위를 확대했다. 

실증 결과 자율주행 운행 시 연비가 평균 11.8% 개선되는 효과도 확인됐다. 이와 함께 로봇 전문기업과 협력해 실외 배송 로봇을 활용한 라스트마일 배송 실증을 진행 중이며, 현재는 아파트 공동현관까지 배송하는 1단계를 넘어 세대 앞 배송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기술 도입을 노동 대체가 아닌 고강도 업무를 줄이고 배송 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한 장기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기존 구조에서는 물량 증가가 곧바로 노동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시장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Research Nester에 따르면 로봇·자율주행 기반 라스트마일 배송 시장이 2030년대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약 20% 이상을 기록하며 수조 원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술 성숙도와 규제 완화, 소비자 수용성이 맞물릴 경우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결국 로봇 배송 경쟁은 ‘언제 상용화되느냐’보다 누가 먼저 운영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하느냐의 싸움”이라며 “이는 인력 의존 구조를 기술 중심으로 바꾸는 과정이자, 장기적으로는 배송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경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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