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약가 25% 축소…상위 30% 혁신형 기업 약가 우대 부여
신약 개발 중심 사업 구조 개편 가속…자체적인 R&D 선제 투자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정부가 제네릭 약가 인하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제약업계가 수익성 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 구조 전환에 본격 나선다. 신약 개발과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업계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 대웅제약 연구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대웅제약


11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1월 28일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안은 제약업계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해당 개편안은 올해 하반기부터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약가 인하 폭이 약 25% 수준인 만큼 제네릭 중심의 제약사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약가 인하의 대규모 파장도 예상된다. 제약사 59개 기업 기준으로 연간 매출손실액은 약 1조214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약가 인하 예상 품목은 총 4866개에 달한다. 조사 대상 기업 중 74.6%가 약가 40% 개편 시 제네릭 출시를 취소하거나 보류하겠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는 약가 인하와 함께 R&D를 강화하는 제약사에 이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약가 우대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이 상위 30%인 혁신형 기업에는 68% 수준의 약가 가산을 적용하고 하위 70%에는 60%, 국내 매출 500억 원 미만이거나 임상 2상 승인 실적이 3년간 1건 이상인 기업에는 55%의 가산을 각각 제공한다. 신약이 한국인 대상 확증적 임상시험을 거쳐 식약처 신속심사(GIFT)로 허가될 경우 대체약제 최고가나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의 1.87배 수준까지 약가우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정책 변화를 앞두고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중심으로의 사업 구조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20곳이 지난해 3분기까지 투자한 R&D 비용은 총 2조11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1조9231억 원 대비 10% 증가했다. 이 중 14곳이 전년 동기 대비 R&D 투자를 확대했다.

종근당은 3분기 누적 R&D 투자액이 126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6% 증가했다. 특히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같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종근당의 기술 수출 성과도 눈에 띈다. 지난 2023년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저분자 화합물질 HDAC6 억제제 CKD-510을 13억500만 달러(약 1조7300억 원) 규모로 기술 수출하며 신약 개발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한미약품도 전통 제약사 중 가장 많은 R&D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3분기까지 R&D 투자액은 16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특히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에 주목해 자체 개발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올해 안에 허가 신청할 예정이다. 비만 관련 신규 적응증 발굴로 기존 제품의 매출 신장도 도모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혁신 제형 기술을 앞세워 비만치료제 시장에 진입했다. 주사가 아닌 붙이는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GLP-1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서 2028년 제품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도 신설 자회사를 통해 추진 중이다.

유한양행은 신성장 동력 확보에 본격 나섰다. 올해 메디라마, 온코마스터, 에이투젠 등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유망 바이오텍에 총 181억 원을 투자했다. 또한 오상헬스케어와 전략 협력을 체결하여 AI(인공지능)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만 현실화되고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라는 보상이 작동하지 않으면 제약 업계 전반에 큰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부가 밝힌 약가우대 기준의 명확한 적용 기준과 실질적인 보상 수준 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R&D를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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